수자원공사 등 공기업이 4대강 살리기 등 주요 국책사업의 재원부담을 떠안는 것이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침과 모순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가 말로는 공기업의 건전 경영을 강조하면서도 재정부담을 완화하는 편법이 필요하면 임의로 공기업을 동원한다는 것이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고무줄 잣대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지만, 공기업 재정을 쌈짓돈으로 생각하는 정부의 인식과 도덕적 해이는 크게 개선되는 것 같지 않다.
7월에 발표된 '2008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 참여한 민간전문가 평가단은 보고서에서 주요 공기업이 무차별적으로 국책사업을 떠안는 관행을 비판하고 재정상태 악화를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특히 경인운하 사업 등에 끌려들어간 수자원 공사에 대해 "공사의 신성장사업이 뉴딜정책 등 대규모 투자와 겹쳐 급격히 이뤄질 경우 부채비율 악화와 이자보상배율 저하가 예상되는 등 재무적 위험이 증가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수자원공사는 5월에 4대강 사업 참여를 요청하는 국토해양부에 위법성까지 거론하며 난색을 표명했다가 지난달 말 돌연 태도를 바꿨다. "정부가 금융비용 국고지원 등 투자비 회수방안을 마련해줘 문제가 없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별로 설득력이 없다. 최근 통합 출범한 토지주택공사 역시 부채 누적에 따른 재무구조의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경영평가단의 지적을 받았지만, 보금자리 주택 사업의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수자원공사나 토지주택공사가 경영평가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한 이런 사업을 맡을 수밖에 없는 속사정은 분명 있을 것이다. 최소한 내년 경영평가 때 이 대목으로 인한 불이익은 없을 것이라는 정부의 언질은 받았을 법하다. 그러나 명백히 경영 상의 위험이 우려되는데도 국책사업이면 수익성과 재무건전성 척도마저 예외가 되는 방식은 구태의연하다. 굳이 복잡한 공기업 평가기준이 존재할 이유도 없다.'정책 따로, 평가 따로'라는 말도 필요 없이 정부에 순응하면 '우수'이고 아니면 다 '미흡'으로 평가하면 되니 말이다. 그래서 과연 영(令)이 서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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