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칫솔로 성기를 문지른다' '수세미로 박박 닦는다' '콘돔을 여러 개 낀다'…. 성 관계 시 '마의 1분'을 넘지 못하는 조루(早漏)로 인해 이 같은 고육책을 쓰는 남성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나중에 오히려 성기의 귀두가 지나치게 둔감해져 성적 자극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최근 법원은 조루 증상이 있는 남편에게 적극적인 치료를 권했음에도 이에 따르지 않자 이혼과 위자료 소송을 낸 부인의 손을 들어 주었다. 이제 남편도 부족한 성적 기능을 적극 개선해야 하는 의미다.
한국 남성 3명 중 평균 1명이 조루
한국 남성 3명 가운데 1명 꼴로 스스로 조루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흔한 병이다. 대한남성과학회(회장 박종관 전북대병원 비뇨기과 교수)가 4월 19세 이상 남성 2,037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자의 27.5%가 조루라고 밝혔다. 또 다른 조사에서 남성 중 75%가 한번쯤 조루를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도 다양하다. 특히 20, 30대 젊은 환자도 각각 23,4%, 24.4%로 조사됐으며 40대 30.7%, 50대 36.8% 등 모든 연령대에 환자가 폭넓게 분포돼 있다.
조루는 의학적으로 사정을 스스로 조절할 수 없거나 성교에 만족을 얻을 수 없을 정도로 질 내 삽입 즉시, 혹은 최소의 자극만으로 사정하는 경우를 말한다. 의학적 조루 진단 기준은 짧은 사정 시간과 사정 조절 능력 부족, 이로 인한 심각한 스트레스인데 이 모든 조건에 해당되면 조루로 진단한다.
이성원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조루는 단순히 사정에 이르는 시간이 짧은 데 그치지 않고 남성의 자존심과 자신감, 여성 파트너의 만족감 등 삶의 질까지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질환"이라고 말했다.
'세로토닌' 분비 늘려 사정 늦춰
조루는 초기 성 경험, 배우자와의 관계, 성에 대한 지식 부족, 개인의 특성 등 심리적 요인으로 생길 수 있다. 심리적 조루의 경우 개인차가 너무 커 문제 해결이 힘들었다.
성기가 지나치게 과민한 것(말초성 과민증)도 원인이다. 그래서 조루 치료법으로 성기의 민감도를 떨어뜨리는 각종 요법이 나왔다. 국소마취제 성분의 연고와 스프레이 형태가 대표적이며, 마취제 성분을 함유한 콘돔, 남성 성기의 민감한 신경 일부를 잘라내는 배부신경차단술 등이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효과가 거의 없거나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사정 중추의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분비가 적은 것이 조루의 원인이란 가설이 의료계에서 널리 인정되고 있다. 세로토닌은 성적 흥분이나 수면, 식욕 등에 관여하는 호르몬인데 이 세로토닌이 조기에 고갈되면 조루가 된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시판 허가를 받은 한국얀센의 프릴리지(성분명 다폭세틴)는 세로토닌의 양을 늘림으로써 사정을 늦추는 약이다. 프릴리지는 조루로 진단받은 18~64세 남성이 비뇨기과나 병원에서 전문의 처방을 받아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이다. 처방 시 기본 용량은 30㎎ 1회 1정이며, 전문의 판단에 따라 60㎎로 늘려 처방할 수 있다. 성 관계 1~3시간 전에 먹으면 7시간 정도 효과가 있다. 또한 체내에 흡수된 약물이 다시 몸 밖으로 배설되기까지는 하루가 걸리지 않는다. 류지간 인하대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프릴리지는 조루 증상의 개선뿐 아니라 조루를 진단ㆍ치료가 필요한 질환으로 인식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릴리지는 한국인에게 매우 효과적이다. 다국가 간 임상시험에 참여한 국내 조루환자 451명의 시험 결과, 평균 1.2분이었던 사정 기간이 프릴리지 30㎎을 복용한 환자군의 경우 3.4배인 4분으로 늘었고, 60㎎ 복용군에서는 3.8배인 4.5분으로 증가했다. 사정 조절 능력도 '매우 좋다' 또는 '좋다'라고 답한 비율이 70%나 됐다.
사정 시간의 향상은 정신적 만족감도 높여 줬다. 조루로 인한 스트레스는 성 관계의 만족도를 떨어뜨림은 물론, 배우자와의 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프릴리지 임상시험에서 성 관계 만족도는 70%대로 향상됐고, 스트레스는 30% 이상 감소됐다. 현재까지 보고된 프릴리지의 부작용은 경미한 메스꺼움과 두통, 어지러움 등이다. 이런 부작용으로 임상시험을 중도에 포기한 비율은 0.9%에 불과했다.
문두건 고려대 의대 비뇨기과 교수는 "조루 탈출의 기본은 전문의를 통한 정확한 진단과 치료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조루로 병원을 찾는 남성은 극히 드물었다"며 "프릴리지 시판에 따라 더 많은 조루 환자가 병원을 찾아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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