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고 외로운 이웃의 말벗 되고 정 나눠요"
'은조(隱措)'는 강원 원주 상지여고생들로 구성된 자원봉사 동아리다. '남 모르게 봉사한다'는 의미로 1997년 이 학교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었다. 이젠 상지여고의 대표적 봉사동아리로 자리잡을 만큼 지역 내 특급 봉사 단체로 성장했다. 단원 선발도 면접을 거쳐야 할 정도로 학생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다.
은조의 사랑나누기는 비교적 단순하다. 지역 복지관과 연계해 독거노인, 소외계층 어린이, 장애인 등을 찾아 봉사의 손길을 건네는 식이다. 그러나 실적을 위한 봉사활동과 달리 정이 넘친다. 평소 사람을 그리워했던 독거노인들을 매주 찾아 청소와 빨래, 식사를 대접하는 것은 물론 친 손주처럼 따뜻한 말동무가 돼 주고 있다. 가족이 그리워지는 어버이날과 명절, 연말연시에는 늘 함께 하는 것도 빼먹지 않는다.
동아리 시작부터 연을 맺어온 김옥희(가명) 할머니의 경우 지금은 90세가 넘어 치매 증상도 있지만 은조 손녀들을 보면 "내 새끼 왔어" 라며 반긴다. 동아리 발족 때부터 은조를 지도하고 있는 김민 교사는 "진심으로 봉사하는 정신을 키우기 위해 활동시작 2년 동안은 봉사확인서를 받지 말라고 했다"며 "이젠 학생 스스로 테마를 정해 봉사를 펼칠 만큼 진실된 봉사단체로 성장했다"고 귀띔했다.
은조의 대부분 활동은 연 초에 학생들 스스로 계획을 잡는다. 올해의 경우 다문화 가정 아이 돌보미 활동을 추가했다. 다문화 가정은 늘고 있는 데 반해 자녀교육이 미진하다는 판단에서다. 또 노인들의 근육통에 효과적인 발 마사지 교육도 올 초부터 6개월 동안 받았다. 리더격인 장혜주양은 "봉사하러 갈 때마다 문 밖으로 얼굴을 내밀며 '오느라 고생했지'하는 할머니ㆍ할아버지 생각에 찾아 뵙는 날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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