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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토야마 日 민주당 정권 출범 한 달/ 개성·친서민 하토야마流 "日 정치를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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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토야마 日 민주당 정권 출범 한 달/ 개성·친서민 하토야마流 "日 정치를 바꿨다"

입력
2009.10.15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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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민주당 정부가 16일로 출범 한 달을 맞는다. 반세기 넘는 자민당 일당지배를 처음 선거로 무너뜨린 하토야마 정부는 '관료주도 정치 개혁' '아시아 중시 외교' 등 주요 정책을 가시화하고 있다. 내각지지율은 출범 당시 70%에서 큰 변함이 없을 정도로 일본 국민들의 기대와 지지는 여전히 높다.

아사히(朝日)신문이 11, 12일 실시한 전화여론조사(2,052명)에서 하토야마 내각 지지율은 65%로 나타났다. 정권 출범 직후의 71%보다는 다소 낮아졌지만 40% 안팎에 불과했던 이전 자민당 아소(麻生) 내각에 비하면 월등히 높다. NHK가 10~12일 실시한 여론조사(1,110명)에서도 하토야마 내각 지지율은 70%였다. 일본 국민들은 민주당 정부의 예산 재편성을 위한 사업중지를 긍정적으로 평가(69%)하고 있다. 벌써 '정치가 변했다'고 느끼는 사람도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권교체를 가장 실감케 하는 것은 과거 자민당 정권이 성장의 동력으로 삼아온 공공사업의 잇따른 중지다. 국토교통성은 일본 전국에서 건설 또는 계획 중인 143개 댐 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선언하고 이중 얀바댐, 가와베가와(川邊川)댐 등 48개 사업을 일단 멈추기로 했다. 일부 고속도로 확장 공사와 간척사업도 중단시켰다. 무분별한 공공사업은 포기하고 이 예산을 육아지원, 고교무상화, 농가소득 보상 등 민주당 정부의 주요 정책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관료주도형 정치에 대한 개혁도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각 부처 관료 협의기구로자민당 정권에서 국가 정책을 최종 결정했던 사무차관회의는 정치인 위주 '장관-부장관-정무관' 회의로 대체됐다. 사무차관의 기자회견은 폐지되고 정책 설명은 장관이나 부장관이 전담한다.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민주당 간사장은 국회의 대정부 질의 때 관료의 답변을 금지하는 법안 제출까지 계획하고 있다.

외교에서는 동아시아공동체 구축 등 적극적 아시아 외교와 미국과 관계 재설정 움직임이 눈에 띈다. 하토야마 총리는 과거 일본의 주변국 침략을 사죄한 무라야마(村山) 담화 계승, 야스쿠니(靖國)신사 불참배 등을 거듭 표방해 한국, 중국 등의 환영을 받고 있다. 최근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논의를 구체화하기로 한 것도 동아시아공동체 관련 외교의 한 결실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동맹을 중시하면서도 대등한 관계를 설정하려는 대미 외교에는 우려도 없지 않다. 인도양 급유지원, 주일미군기지 재편, 미일지위협정 개정 등 현안에서 미국과 인식 차이를 좁혀가고 있지만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자민당 등 보수 세력이 이런 상황을 정치공세에 이용해 정국 운영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공공사업 재검토 과정에서 터져 나오는 지역 주민과 업계의 불만, 최근 검찰 수사가 재개된 하토야마 총리의 정치헌금 문제, 당을 장악해 언제라도 '상왕' 노릇을 할 수 있는 오자와 간사장과 관계 설정 등도 하토야마 정부가 해결해 가야야 할 과제들이다.

■ 행동 하나하나 '핫 이슈'… 웬만한 악재도 잠잠

일본 역대 총리와 대비되는 서민적 행보와 독특한 개성.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가 주목 받는 이유다. 그는 총리 취임 이후에도 선술집, 대중식당에 들르거나 동네축제에 참가해 스스럼없이 시민들과 어울렸다. 일본 국민들은 거의 매일 부인과 저녁을 함께 하고 늘 부인의 손을 잡고 걷는 모습도 신선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하토야마 총리는 11일 도쿄 세타가야(世田谷)구 요가(用賀)에서 미유키(幸) 부인과 저녁식사를 한 뒤 식당 앞 신사(神社) 축제에 참가해 인파에 시달리면서 악수하고 기념촬영에 응했다. 공무가 끝난 뒤면 하루가 멀다 하고 호텔 바에서 시가를 피워가며 측근들과 어울린 아소(麻生) 총리와 전혀 다른 모습이다.

지난달 29일 밤에는 선술집에서 모임이 끝난 뒤 술기운 오른 얼굴로 선물 받은 화성의(火星儀)를 기자들에게 보여주며 자신이 "우주인"이라고 익살을 부리기도 했다. '우주인'은 엉뚱한 발언을 잘 한다고 하토야마 총리에게 오래 전부터 붙여진 별명이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하토야마 총리의 '아내 사랑'. 지금까지 공식행사에 참가하는 일본 총리 부인은 총리 뒤에 3걸음 정도 떨어져 걷는 것이 관례였지만 하토야마-미유키 부부는 사석이든 공석이든 언제나 손을 잡고 나란히 걷는다. 부인과 함께 하는 저녁식사의 메뉴는 일식, 중식, 한식, 양식 등으로 다양하다.

미유키 부인이 매일 골라 준다는 하토야마 총리의 옷차림은 금세 유행 패션이 되?있다. 대표적인 것이 하토야마 총리가 선거, 총리지명, 유엔 연설 때 등 '승부일'에 맨 금색 넥타이. 찾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특설매장을 만든 백화점도 있다. 정치헌금 문제 등 악재에도 불구, 하토야마 내각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는 데는 총리의 개성도 한몫 하고 있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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