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평범한 직장인 홍명길(가명ㆍ54세)입니다. 병세가 깊은 노모를 모시고 있고, 두 아들 중 큰 아이는 장가갈 나이입니다.
아내 사업자금 마련을 위해 사채와 각종 신용대출을 했는데 이제 월급으로 이자내기도 버거워 매월 돌려 막기로 겨우 버티고 있습니다. 현재 월세로 살고 있는데, 큰 아이 결혼 전에 전세로라도 옮기고 싶은데 어찌해야 할지...
A) 홍명길씨는 부인의 사업자금을 대주기 위해 10년 전부터 신용대출과 사채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외환위기 때 이미 한차례 사업의 실패로 집을 날렸으나 3년 전 부인이 다시 사업을 시작하면서 다시 돈을 빌리기 것입니다.
부인은 영세 자영업자여서 신용도가 낮아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좋은 직장인 홍씨가 대신 대출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부모님의 오랜 병환으로 기울어진 가세를 일으키기 위해 기꺼이 맞벌이를 시작해준 부인에게 미안한 마음에 아무 말 없이 돈을 빌려주고 보증을 서준 것이 수 차례. '나아지겠지' 하는 생각으로 사업을 계속 유지했으나 부인의 사업은 나아지질 않았고, 대출금만 남게 되었습니다.
급기야 모자라는 생활비를 메우고자 손쉽게 쓸 수 있는 대부업체 대출까지 이용하게 되었고, 이제 더 이상 돈을 빌릴 곳도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홍씨는 54세로 앞으로 직장에서 잘 버터야 5년 정도입니다. 또한 퇴직금 담보대출까지 받아둔 상태여서 이대로라면 5년 후에 퇴직금은 고사하고 대출금만 남은 채 퇴직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심각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가족 사랑이 지극한 홍씨는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고 혼자 해결해보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결혼하는 아들의 체면을 차려주기 위해 월셋집을 전세로 옮기고 싶어했습니다. 그러나 현 상태로는 전셋집은커녕 부채를 해결할 수도 없는 상태입니다. 문제를 가족들과 공유하고 모두 힘을 합쳐야만 합니다.
진단 결과 이 가정의 소득과 자산으로는 부채를 해결할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따라서 여러 가지 신용회복지원제도들 중 이 가정에 가장 적합한 제도를 검토한 끝에 '개인회생제도'가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간혹 직장인들은 직장생활에 불이익이 있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개인회생이나 파산제도를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기피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회생, 파산 등 법률구제제도는 감당할 수 없는 부채를 안고 있는 개인이 다시 건강한 경제주체로 재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제도이지, 불이익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특히 개인회생의 경우엔 월 소득이 정확하게 증빙되어야 하기에 직장인들에게는 더욱 유리한 제도입니다.
이 가정은 소득으로 대출 원리금조차 낼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개인회생 결정을 받으면 변제계획안대로 5년 이상 상환시 채무로부터 완전히 면책됩니다. 이 가정의 경우 월 소득에서 3인 가구 법정생계비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인 월 258만원을 5년간 상환하면 됩니다.
또 이제 막 직장생활을 시작한 큰아들이 저리의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 전세로 옮기면서 월세부담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부인이 하던 사업은 완전히 정리하였고, 개인회생 인가 후 그 동안 쌓은 기술을 이용하여 취업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상담 후 매월 상환하던 대출 원리금이 대폭 줄어들었고, 가계 재무가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적은 금액이지만 3인 법정생계비만큼의 생활비도 생겼습니다. 5년 후 은퇴하면 퇴직금을 손에 쥐고 부채로부터 완전히 탈출할 수 있게 됩니다.
흔히 우리나라 가장들은 가정을 위한 희생을 당연시하고 혼자 모든 짐을 지고 가려 합니다. 그러나 부채 문제는 적절한 해결시점을 놓치게 되면 오히려 온 가족을 불행에 빠뜨릴 수도 있습니다.
진정으로 가정을 지키려 한다면 부채 문제를 하루라도 빨리 공개하여 가족들과 함께 해결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현명합니다.
한편 개인회생이나 개인파산 방법이 궁금할 경우 대한법률구조공단(국번없이 132)에 상담하면 무료로 구조절차를 대행해 줍니다. 서울은 서초동에 별도의 '개인회생파산지원센터'가 있고 매주 설명회를 열고 있어 더욱 신속하게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세진 포도재무설계 서울책임위원 whitesky48@podof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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