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구역 자율통합 추진 지역에 대한 주민 여론조사가 임박한 가운데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의 도를 넘는 관권 개입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주로 통합에 반대하는 지자체의 공무원들이 나서 조직적 반대 운동을 지원하는 사례가 잇따르자 정부는 선거관리위원회에 진상 조사를 의뢰하는 등 강도 높은 대응에 나섰다.
행정안전부는 14일 "일부 지자체 공무원들이 자율통합에 맞서 서명 운동을 주도하거나 반대 단체에 기금을 지원하는 등 주민들 의사를 현저히 왜곡하고 있다"며 "공정성을 훼손하는 행위에 쐐기를 박기 위해 선관위에 위법성 여부를 판단해달라고 의뢰했다"고 밝혔다.
행안부는 "선관위가 불법행위로 판단하면 공직선거법이나 주민투표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고발 등의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행안부는 또 자체적으로 공무원들의 조직적 통합 반대 운동 사례를 파악해 사실 관계가 명확히 드러나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행안부에 따르면 행정구역 자율통합 건의서를 낸 전국 18개 지역에 대한 주민 여론조사가 다가오면서 공무원 개입과 관련한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경기 구리시는 시장이 동장들에게 반대 서명운동 현황을 일일 보고하라고 했고, 국장은 과장, 팀장에게 반대 서명을 받아오라 지시를 내렸다는 제보가 접수됐다. 전남 무안군에서는 군청 6급 이상 공무원은 5만원, 7급 이하 공무원은 3만원씩 걷어 통합 반대단체에 활동비로 지원했고, 신안군에서는 일부 면장들이 통합찬성 주민 서명을 방해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전북 완주군과 충북 청원군에서는 내년 지방선거 입후보 예상자가 통합 반대를 명목으로 자신을 홍보하는 일이 벌어져 사전선거운동 논란으로 번지기도 했다. 통합 찬성 현수막은 즉각 철거하면서 반대 현수막은 놔두는 식으로 직무유기성 반대 운동을 하는 경우는 통합에 반대하는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에 퍼져 있다.
지자체 차원의 이 같은 조직적 반대 운동은 통합에 따른 지자체장 및 공무원 감축을 우려하는 밥그릇 다툼으로 풀이된다. 당초 통합을 원치 않았지만 지역 주민들의 의사에 따라 통합이 추진되고 있는 지역 등이 그런 경우다. 행정구역 통합을 적극 추진하려던 정부로서는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난 셈이다.
이에 따라 행안부는 당장 15,16일께 실시하려던 주민 여론조사를 20일 이후로 연기하기로 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연말까지 자율 통합을 최종 결정하려던 일정이 상당 기간 뒤로 밀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덕동 기자 ddhan@hk.co.kr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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