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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트릭트 9'/ 지구인, 외계인을 지배 '역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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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트릭트 9'/ 지구인, 외계인을 지배 '역발상'

입력
2009.10.15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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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이 등장하는 SF영화는 많다. 그들은 대개 두려운 침입자이거나 인류보다 발달한 문명을 지닌 집단으로 그려졌다.

'디스트릭트 9'의 외계인은 지구인에게 억압과 차별을 받는 하층집단이다.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상공에 나타나 꼼짝않고 떠 있는 거대한 UFO 안에서 영양실조 상태로 발견된 외계인들이 디스트릭트 9에 격리 수용된다. 쓰레기더미 판자촌인 그곳에서 외계인들은 쓰레기를 뒤지며 비참하게 살아간다.

20년 세월이 흘러 디스트릭트 9이 무법천지로 변하고 외계인 추방을 요구하는 항의가 높아지자 남아공 정부는 외계인들을 도시 외곽으로 강제 이주시키기로 결정한다. 군사작전과 다름없는 폭력적인 철거 현장에서 외계인관리국 MNU 직원 비커스(샬토 코플리)는 외계물질에 노출되고, 유전자 변이를 일으키면서 외계인으로 변해간다.

비커스의 운명은 급전한다. 가족을 사랑하고 성실한 소시민이지만, 그 역시 외계인을 벌레 취급하던 사람. 그러나 이제 외계인과 같은 처지로 ?기는 신세가 된다. MNU는 외계인만 조작할 수 있는 외계 무기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그를 잡아 생체실험을 하려고 한다. 외계인 혐오증이 팽배한 도시에서 그가 숨을 곳은 디스트릭트 9뿐. 거기서 그는 비밀리에 우주선을 만들어 고향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 외계인을 만나는데….

남아공 출신 젊은 감독 닐 블롬캠프의 장편 데뷔작인 이 영화는 참신하다. 인간의 지배를 받는 외계인이라는 설정, 사실처럼 연출한 여러 인터뷰와 실제 방송뉴스 화면을 집어넣어 허구적인 SF를 진짜 상황처럼 연출한 기법이 독특하다. 할리우드 영화의 평균 제작비도 안 되는 3,000만 달러로 만든 이 영화는 미국에서 8월 개봉 첫 주에 제작비를 너끈히 뽑으며 흥행에 크게 성공했고, 'SF의 미래를 보여준 작품'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비커스가 육체적 변용을 겪으면서 심리적으로도 달라지는 과정은 인종차별주의나 외국인혐오증에 비판적인 정치적 함의를 드러내기도 한다. 이 영화의 배경인 남아공은 과거 악명높은 흑백 분리 정책을 실시했고, 최근에는 짐바브웨 등 주변국에서 들어오는 경제 난민들을 공격하는 폭동이 일어나고 있다. 한국에서도 최근 외국인 노동자 차별이 사회 이슈가 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이 영화는 한가한 공상이 만들어낸 단순 오락물에 그칠 수 없다.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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