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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과학 아는 엄마 기자]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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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과학 아는 엄마 기자] 언어

입력
2009.10.15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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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은 563번째로 맞는 한글날이었다.

새롭게 단장한 세종대왕 동상이 서울 광화문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데다 8월 인도네시아의 소수민족인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모국어로 채택했다는 소식도 있어서인지 이번 한글날에는 우리 말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진 듯했다.

요즘 우리 아이도 말에 관심이 부쩍 늘었다. 식구들이 둘러앉아 대화할 때 어른들의 말에 유심히 귀를 기울이는가 하면 자기도 옹알옹알 한 마디 하겠다고 기어이 끼어든다.

아이와 말하다 보면 놀랄 때가 있다. 어른들이 했던 말을 기억하는지 종종 질문에 맞는 대답이나온다. "밥 많이 먹으면 어떻게 되지요"하면 "씩씩"이란다. 물론 발음은 '씩씩'보다는 '찌찍'에 더 가깝지만 말이다. 아이가 '씩씩하다'란 말의 뜻을 정확히 알고 대답했을 것 같진 않다.

일부 학자들은 사고력이 발달하기 전 아이들이 쓰는 말은 진정한 의미에서 언어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저 다른 사람의 말을 기억하고 그대로 따라만 하는 것일 뿐 말의 실제 개념을 스스로 전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고력이 갖춰져야 비로소 완전한 언어 능력이 만들어진다는 얘기다.

독일에선 아이들이 존재 변화를 표현하는 '사라지다' 같은 단어보다 실제로 보이는 위치를 나타내는 '위'나 '아래'를 먼저 이해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단다. 사고력이 언어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정반대의 의견도 있다. 어릴 때 습득한 언어가 사고력 발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가 제일 먼저 배운 단어 중 하나는 '고장'이다.

장난감에서 음악이 안 나올 때 "고장 났어요" 하며 배터리를 갈아 끼우고 "다 고쳤어요" 했다. 그랬더니 조금이라도 자기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게 있으면 이젠 무조건 "고장, 고쳐주세요" 하며 아예 배터리까지 찾아 들고 쫓아다닌다. 고장이 무슨 의미고, 그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생각해낸 듯하다.

미국에선 돌 직전부터 가족과 대화를 많이 나누며 자란 아이가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어휘력이 좋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풍부한 어휘력이 학습 능력으로 이어진다는 건 잘 알려져 있다.

언어가 사고를 지배하는지, 아니면 사고력이 언어 능력보다 앞서 발달하는지는 언어학과 심리학 동물행동학에서 오랫동안 논쟁이 돼 왔다.

어떤 학자들은 아예 언어와 사고가 서로 독립적이라고도 한다. 이 해묵은 논쟁에서 어느 쪽이 승리를 거둘지 엄마가 되고 나니 더 관심이 간다.

임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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