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분들의 노력과 관심 덕분에 파리 7대학 동양학부 건물 5층에 만들고 있는 한국 전통 정원이 내년 가을쯤 문을 열 예정이에요. 파리에 최초로 생기는 이 정원을 통해 한국의 전통과 문화가 더욱 많이 알려지길 바랍니다."
프랑스 파리 7대학 동양학부에서 한국문화와 한국어를 가르쳐온 공으로 지난 한글날 우리 정부로부터 문화포장을 받은 마르틴 프로스트(58) 교수는 자신이 4년 전부터 매달려온 프로젝트에 대해 정확한 한국말로 설명을 이어갔다.
"공사 기간이 지연되는 등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한국 정부의 지원과 많은 분들의 협조를 얻어가며 어려움을 헤쳐 나가고 있어요."
그는 한국과의 인연을 운명적이라고 했다. 1976년 국비 장학생으로 일본 도쿄대에서 일본어 전공자로 유학을 마친 마르틴 교수는 미국 하버드대로 다시 유학을 가던 중 두 얼굴의 한국과 마주쳤다.
"김포 공항에서 내리니 온통 딱딱하고 무서운 표정을 한 군인들 천지였어요. 하지만 곧 정말 정 많고 친절하며 낙천적인 진짜 한국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죠."
그 때의 상이한 한국에 대한 인상은 연세대 불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던 1980년 당시 같은 학교 체육학과 학생이자 테니스 선수였던 부군 이상근씨를 만나며 또 한 번 바뀌게 된다. "당시 체육학과 교수셨던 김근택 선생님께서 소개시켜주셨는데 테니스를 치다 보니 사랑에 빠졌고 결혼까지 하게 됐죠."
두 사람의 사랑은 이씨가 군에 입대하며 더욱 단단해 졌다. "학사장교로서 7사단 최전방 근무를 마치고 육군과 공군, 해군에 각기 존재하던 스포츠팀들을 '상무'로 통합하는 작업을 한 뒤 곧 바로 제대해 1983년 집 사람과 함께 프랑스 이민 길에 올랐어요."
이씨는 그 뒤 프랑스에서 파리 7대학 테니스 강사와 코치를 병행하며 지도자의 길로 나섰다. 현재 프랑스에서 스포츠 기획사 에스엠 스포츠 매니지먼트를 운영하고 있는 이씨는 "아이들에게 한국을 잊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한국 이름을 지어주고 한국말을 가르치고 건강을 위해 골프며 수영, 테니스 같은 운동을 지도하며 참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이씨가 감성적인 모국어의 지도자였다면 마르틴 교수는 언어학자로서 이성적인 언어 교육의 스승이었던 셈. 덕분에 아리랑 TV의 MC로 활동중인 장남 이준(아드리안)과 국제 백신연구소에서 인턴으로 근무중인 딸 이연(올리비아)은 한국말을 능숙하게 구사하는 2세로 자라났다.
"아빠랑 보낸 시간이 참 많았죠. 아빠는 언제나 한국말을 썼어요."(이연)
"한국에 와서 생활을 해 보니 그런 배움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알게 됩니다."(이준)
마르틴 교수와 이씨는 두 남매가 앞으로도 활동 범위를 넓혀 한국과 프랑스의 끈을 이어주는 존재가 되길 바라는 듯 보였다. 마르틴 교수는 "한국은 유럽에서 여전히 미지의 나라"라며 "이제 한국의 매력과 아름다움을 전 세계인에게 알려줄 때가 됐고 우리 아이들이 그런 일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김대성 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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