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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노사문화 어디로/ <하> 해답은 어디에… 전문가에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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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노사문화 어디로/ <하> 해답은 어디에… 전문가에 듣는다

입력
2009.10.15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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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이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허용'에 대해 제시하는 대안은 각각 '타임오프제' 도입과 '교섭창구 단일화'이다. 하지만 개념과 적용범위가 모호한 데다 각 입장에 따라 이해관계가 엇갈려 현실에 적용하기까지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최종 결정권한을 갖고 있는 정부가 주도권을 갖고 양측을 설득하고 세부적인 부분에 대해 조정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 타임오프 미세조정 시급

무엇보다 지난 7월20일 노사정위원회 합의문에서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의 대안으로 제시한 타임오프(time-off·근로시간면제)의 취지가 맞지만 적용범위를 제한하는 미세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현 규정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노사 합의를 촉진하기보다는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만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 이장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은 "타임오프는 전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이고 우리도 받아들이는 것이 당연하지만 이를 너무 광범위하고 모호하게 규정하고 있어 사실상 노조 전임자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기개발연구원 최영기 수석연구위원은 "타임오프는 법리적으로 타당하지만 기업별로 사정이 다른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사측의 교섭력이 강하면 노조를 꽉 조일 수 있고, 반대로 노측이 강하면 사실상 노조 전임자로 운영할 수 있어 적잖은 논란이 불거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외대 법학과 이정 교수는 "타임오프라는 예외가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금지라는 원칙을 훼손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 교섭창구 단일화 신중

복수노조를 허용할 경우 교섭창구를 단일화해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미묘하게 엇갈렸다. 성균관대 임종률 명예교수는 "97년 법 제정 당시부터 노동부 장관이 교섭창구 단일화를 위해 노력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당연한 일"이라고 했고, 단국대 경제학과 김태기 교수는 "복수노조를 하면서 교섭창구가 다원화되면 노사 모두에게 손해"라고 지적했다.

반면 중앙대 사회학과 이병훈 교수는 "다수 대표제는 소수 노조의 단체교섭권을 제약할 수 있다"며 "노조에 재갈을 물려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이장원 본부장은 "교섭창구 단일화를 반대하는 주장이 노사간 자율교섭을 원하는 게 아니라 기득권을 가진 (일부 노사의) 견제논리가 아닌 지 의문"이라며 "창구 단일화는 복수노조 허용에 따른 기존노조와 신설노조 간 충격을 완화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영기 연구위원은 "노조 성향이나 노조 유무에 따라 기업별로 입장이 다른 문제"라며 "협상에 나서기 전 사측의 입장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정부가 적극 나서야

최영기 연구위원은 "결국 노사합의 보다는 최종 결정은 정부의 몫"이라며 "막판 타협으로 노사를 유도할 수 있는 정부의 강한 협상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정부가 한국노총의 태도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이정 교수는 "현 상태로 법이 시행되면 심판 없이 잔뜩 독이 올라있는 선수끼리 격투기시합에 나서는 격"이라며 "노동부 산하 노동위원회의 권한과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또 "노동위는 노-노간의 분쟁을 다루지 않는 한계가 있다"며 "복수노조간 선거과정에서의 불법행위나 대표노조가 사측과의 교섭에 성실하게 임하지 않는 등 분쟁이 폭주할 것에 대비해 정부가 만반의 대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장원 본부장은 "노동위가 지금까지는 가만히 앉아서 들어오는 사건만 처리했지만 이제는 제도를 정비하고 인원을 늘려 현장으로 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태기 교수는 "노사든 정부든 겉 다르고 속 다르게 대중만 의식한 명분 싸움으로는 해답을 찾을 수 없을 것"이라며 "노조가 무조건 복수노조를 반기거나 사용자가 무조건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에 반대하는 것이 아닌 만큼 단칼에 해결하지 말고 케이스 바이 케이스(case by case)로 쪼개서 접근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움말 주신 분들(가나다순)

김태기(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이병훈(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이장원(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

이 정(한국외대 법학과 교수)

임종률(성균관대 명예교수·전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

최영기(경기개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 전임자 없는 조합·상생 복수 노조… '운영의묘' 나름

14일 오후 임태희 노동부장관이 경기 화성시의 한 제약회사를 찾았다. 이 회사는 노조 전임자가 없이 조합원이 72명인 소규모 사업장이다. 이 회사의 노조위원장은 전임자가 아니다. 공장 시설정비 업무를 하면서 위원장일도 하고 있다. 하지만 단체협상은 물론 조합원의 고충 등도 사측과 협의, 무리 없이 처리하고 있다.

어떻게 이같은 운영이 가능할까? 사측과의 협의로 단체교섭이나 노사협의, 노조원 고충처리 등의 노조활동을 하지 않을 경우는 회사 업무를 하는 것으로 처리하기 때문이다. 조합원의 노조위원장에 대한 신뢰도 높다. 이 회사의 한 조합원은 "위원장이 함께 일하면서 노조 업무도 보니까 특별한 거리감이 없다"고 말했다.

노동부의 자료에 따르면, 100인 이하 사업장을 표본 조사한 결과 33.6%가 이 회사처럼 부분 전임자, 혹은 아예 전임자가 없는 조합이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전임자 임금 지급이 금지되면 당장 어떻게 되는 줄 알지만 실상은 다르다"며 "어떻게 운영하는가에 달렸다"고 말했다.

복수노조 허용도 마찬가지다. 운영만 잘하면 큰 문제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1사 다수 노조 사업장을 보면 알 수 있다. 현재 1사 다수 노조는 기업간 합병 혹은 같은 사업장 내 직종별 선택으로 인해 107개 사업장에 조직돼 있다. 이중 50개사는 상급단체가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으로 혼재돼 있다.

물론, 이중에는 서로 대립하거나 심각한 폭력사태를 빚은 경우도 있지만, 각 노조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화합하는 사례도 얼마든지 있다. 국내 한 항공사는 민주노총 산하의 조종사 노조와 한국노총 소속의 사무직 노조가 있다. 2000년 조종사 노조가 출범 후 첫 파업에 들어 갔을 때는 사무직 측에서 '고임금의 조종사가 파업을 한다'며 견제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는 소속이 다른 양쪽 노조원들이 봉사활동을 함께하는 등 화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회사의 이모(39ㆍ사무직 노조원)씨는 "조종사 노조의 게시판과 유인물 등을 보면서 오히려 직종의 특성을 더 잘 이해하게 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송태희기자 bigsmile@hk.co.kr

■ 노사정위 합의문 주도 이철수 교수

"절충안에 대해 노사가 정치적 계산을 끝내고 나면 반대하는 목소리가 잦아들 겁니다."

노사정위원회 공익위원 간사를 맡고 있는 서울대 이철수(법학과) 교수는 14일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에 대해 이렇게 기대했다. 이 교수를 비롯한 중립적 성향의 공익위원 7명(위원장 포함)은 지난 7월20일 조합원 과반 대표제에 따라 사용자와의 교섭창구를 단일화하고,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대신 노조 업무에 종사하는 시간을 유급으로 처리하는 타임오프(time-off·근로시간면제)를 골자로 한 합의문을 발표, 노사 양측에 제시했다. 그간 위원회에서 오랜 기간 진통을 거쳐 완성한 결과물을 기초로 타협에 나서라는 최후통첩이었다.

하지만 합의문은 협상 테이블에 오르기도 전에 벽에 부딪쳤다. "식물노조로 전락시키려는 수작"(노동계), "개선이 아니라 원칙마저 어긴 개악"(경영계)이라는 양측의 노골적인 불만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이만큼 국제기준에 부합하면서 현실적 여건을 고려한 안이 있겠나"라고 반문하면서 "노사 모두 우리의 합의문을 버릴 수는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1997년 이후 13년간 법 시행이 유예되면서 쌓인 지혜와 경험이 응축돼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합의문을 발표할 당시에는 별 얘기가 없다가 최근 들어 정부에서 잇단 강경발언이 새나오면서 노조가 이에 극렬히 반대하고 사측도 볼멘소리를 하는 것은 다른 이유가 있다"며 "본격적인 협상을 앞두고 보이는 정치적 제스처에 불과하다"고 일갈했다.

이 교수는 위원회의 고민도 내비쳤다. 그는 "규모가 큰 기업은 노조 전임자가 너무 많고 작은 기업은 전임자가 너무 적어 양극화가 심각하다는 문제의식에서 논의가 출발했다"며 "옳고 그름의 이분법이 아니라 한국의 현실과 글로벌 스탠다드를 모두 충족시키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300인 미만 사업장의 노조 전임자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 조항이 특혜가 아니냐는 지적과 관련, "노조에 가입한 사업장의 88%가 직원 300명 미만"이라며 "건전한 노사관계가 기업과 국가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합의문에 포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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