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왼손타자 박정권(28ㆍ187㎝ 93㎏)은 손목 힘이 대단하다. 노려 치기에도 매우 능하다. 그러다 보니 어지간히 빠른 볼이 들어와도 자기 스윙을 할 수 있다. 박정권이 유독 직구에 강한 이유다.
박정권은 지난 7, 8일 플레이오프 1, 2차전에서 두산 '필승카드' 임태훈의 시속 148㎞짜리 직구를 홈런으로 연결시켰다. 11일 4차전에서도 박정권은 임태훈의 143㎞짜리 직구를 밀어서 결승 2루타를 뿜었다.
14일 인천에서 벌어진 SK-두산의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5차전. 앞선 4경기에서 16타수 7안타 2홈런 5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던 박정권이 한국시리즈 티켓이 걸린 이날도 어김없이 불을 뿜었다.
4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한 박정권은 3-0으로 앞선 3회말 1사에서 상대 왼손투수 금민철을 두들겨 가운데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홈런(비거리 130m)을 작렬했다. 이번에도 구종은 역시 직구였다.
박정권은 시속 136㎞짜리 직구가 한가운데로 몰리자 야무지게 방망이를 돌렸고, 타구는 문학구장을 정확히 둘로 갈랐다. 박정권의 플레이오프 5경기 성적은 21타수 10안타(타율 0.471) 3홈런 8타점.
경기 후 기자단 투표에서 70표 가운데 62표를 받아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박정권은 "큰상을 받게 돼 기쁘다. 여기에서 만족하지 않고 한국시리즈에서도 우승할 수 있도록 더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1회 선두 박재홍의 솔로홈런, 이재원의 적시타, 최정의 솔로홈런으로 3점을 선취한 SK는 3회 박정권의 솔로홈런에 이은 박재상의 3점 홈런으로 승부를 갈랐다. SK는 이후로도 두산 마운드에 맹폭을 가하며 14-3 대승을 이끌었다.
이로써 SK는 2연패 후 3연승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두 번째 팀이 됐다. 5전 3선승제로 치러진 20차례 플레이오프에서 2연패 후 3연승을 거둔 팀은 96년 현대와 SK뿐이다. 김성근 SK 감독은 13년 전 쌍방울 감독 시절 현대에 당했던 수모를 두산을 상대로 씻었다.
반면 두산은 2007년 한국시리즈에 이어 이번에도 먼저 2승을 하고도 대역전패를 당하는 불명예를 남겼다. 1승 후 4연패를 당했던 지난해 한국시리즈를 포함하면 3년 연속 SK 대역전승의 제물이 됐다.
이날 두 팀이 생산한 홈런 7개(SK 6개)는 역대 포스트시즌 한 경기 최다홈런 타이기록이다. SK는 또 2000년 창단 후 한 경기 팀 최다홈런 타이기록도 세웠다.
한편 SK-KIA의 한국시리즈(7전4선승제) 1차전은 16일 오후 6시 광주구장에서 벌어진다.
인천=최경호 기자
성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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