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환학생 프로그램 재단을 운영하면서 매년 두 번씩 나는 회원학교들을 방문하고 우리 학생들을 일일이 만나 생활을 점검하고 격려하는 기회를 갖는다. 수천 마일을 운전하며 여러 주를 다니는 여정이 피곤하고 힘들지만 우리 아이들이 잘 적응하고 성장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참된 기쁨이며 보람이다.
오늘은 지난 1월에 온 4학년 여학생인 은미(가명)를 만났다. 미국으로 오기 전, 인터뷰를 할 때 미국에서 문화와 영어를 배워 훌륭한 사람이 될 것이라고 또렷하게 말하던 기억이 남는다. 두세 번 더 만나면서 영어는 부족하지만 교환학생으로써의 생활을 거뜬히 잘 해낼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은미를 만나 학교에서와 호스트가정에서의 생활에 어느 정도 만족하냐는 질문에 학교는 10점 만점을, 가정은 9점을 준다. 이제는 선생님 말씀하시는 것을 거의 100% 알아듣고 친구들 얘기는 150% 알아듣는단다.
여기 온지 8개월 밖에 안 되었는데 내가 한국말로 질문을 해도 영어로 대답할 정도로 영어가 늘었다. 숙제는 한 번도 빠뜨린 적이 없고 하루에 30분씩 내일 배울 것을 예습하면서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인덱스카드(조그만 두꺼운 종이)에 적어놓고 시간 날 때마다 다시 한 번 본다고 한다.
나는 우리 교환학생들에게 참 많은 것을 요구한다. "미국에 가서 교환학생으로 생활하면서 어린 민간외교관의 역할을 잘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영어도 열심히 배워야 한다."
"학생이니만큼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뿐 아니라 다양한 책을 읽으며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어야 한다."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호스트가정에서는 자랑스런 아들, 딸이 되어야 한다."등등. 이러한 면에서 볼 때 은미는 그러한 모든 목적들을 200% 달성하는 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은미가 어른이 되면 우리 사회를 이끌 '행복한 글로벌 리더'가 될 것이라는 확신을 하게 된다. 우리 재단이 추구하는 목표를 이루는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은미의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보니 지난 3월에 있었던 일이 기억난다. 은미 담임선생님인 스테파니가 나에게 면담을 요청해서 한 시간 이상 만나서 대화를 나눴다. 한국학생을 한 번도 가르쳐본 적이 없다는 30대 후반 정도되는 여선생님이었는데 나를 보자마자 눈물을 글썽이며 얘기를 시작했다.
은미가 너무도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란다. 잘 웃고 친구들도 잘 사귀고 음악에 재주도 많아서 은미를 자기 반에 오게 해주어서 고맙다고까지 한다. 내가 무슨 문제가 있냐고 묻자 아이가 아직 영어를 잘 못해서 하고 싶은 말을 다 못하고 다른 아이들은 30분이면 다 하는 숙제를 하는데도 두세 시간 고생 고생하면서 하는 것을 보니 가슴이 메인단다.
며칠전에는 반에서 반 쪽도 안 되는 분량의 글쓰기 과제를 주었는데 다른 아이들은 1~2분 만에 다 끝내고 나가서 노는데 은미는 Recess(노는 시간) 내내 그 과제 끝낸다고 혼자 앉아서 끙끙대었다고 한다.
자기가 은미에게 가혹하게 한 것 같다며 또 눈물을 글썽인다. 자기는 ESL과정을 가르친 경험이 없어서 은미에게 더 잘 해주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것 같다며 하소연을 한다.
이렇게 아이를 사랑하는 스테파니 선생님을 보니 존경심이 절로 나왔다. 그리고 지난 한달 반 동안 이 선생님이 은미를 위해 얼마나 새로운 것들을 계획하고 시도하며 고민하고 또 다시 다짐하고 기도해 왔는지가 머리 속에 그려졌다. 그래서 그분에게 말해줬다. 은미는 당신의 사랑을 너무도 잘 느끼고 있다고.
은미에게는 ESL을 가르친 경험이 있는 것보다 참된 사랑이 있는 선생님이 필요하며 당신은 그러한 사랑을 실천하는 분이라고. 당신이 있기 때문에 은미는 정말 행복한 아이라고. 내가 다시 올 때는 눈물이 아니라 은미에 대한 자랑으로 나를 맞이하게 될 거라고.
어린 초등학생들을 미국으로 홀로 유학 보내는 것에 대해 굳이 찬반론으로 몰아가고 싶은 생각은 없다. 좋은 경험이 될 수도 있고 나쁜 경험이 될 수도 있을 게다.
하지만 홀로 유학을 간 어린 학생들 모두가 은미처럼 긍정적인 생각과 분명한 목적의식으로 무장되어 있고, 그들 모두가 스테파니 선생님처럼 우리 아이들을 정말 사랑하는 선생님을 만나게 된다면, 조기유학은 우리 아이들에게 참으로 아름답고 의미 있는 경험이 될 수 밖에 없을 게다.
그리고 이렇게 아이들을 준비시키는 일과 미국에서 좋은 환경을 찾고 확인하는 일은 부모를 비롯한 우리 어른들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하겠다.
한미교육연맹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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