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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공유지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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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공유지의 비극

입력
2009.10.14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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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상 발표에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평화상 수상 못지않게 이변으로 받아들여진 것은 엘리너 오스트롬(76) 미 인디애나대 교수의 경제학상 수상이다. 1969년 노벨경제학상 제정 이후 여성으로서는 첫 수상이다.

올해까지 여성 노벨상 수상자는 폴란드의 과학자 마리 퀴리를 포함해 총 40명에 이른다. 더욱이 오스트롬은 전공 분야가 경제학이 아닌 정치학이다. 미국정치학회(APSA) 회장도 지냈고, 스웨덴 왕립아카데미의 표현을 빌리면 '경제학의 변방'에 있던 비주류 학자다. 그는 이른바 '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이론을 제시하면서 유명해졌다.

▦ 양을 키워 생계를 꾸리던 마을이 있었다. 주민들은 양에게 풀을 먹이기 위해 공유 목초지를 이용했다. 공유지이다 보니 서로 관리를 떠넘겼고, 조금씩 사라지던 목초지는 결국 메말라 버렸다.'공유지의 비극'이다. 공유지는 사유재산권이 인정되기 어려운 공기와 물, 숲, 어류 등을 말한다. 내 재산이라면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아끼려고 노력하겠지만, 주인이 없다 보니 제대로 관리되기 어렵다. 어류가 남획되는 경향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주류 경제학은 소유권이 정해지지 않고 방치되는 공유지는 결국 황폐화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시장을 통한 민영화나 정부 개입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 오스트롬은 고전 경제학의 오랜 믿음인 '공유지의 비극'이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것을 역사적 실증과 게임이론 모델 등을 통해 증명했다. 그는 인간이 어떻게 수천 년간 생태계를 망가뜨리지 않고 공유자원을 생산해왔는지를 평생 연구했다. 그 결과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참여하면서 산림 어장 등 공유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해나갈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공유지의 비극'은 시장 메커니즘이나 정부 개입이 아닌, '공동체 중심의 자치제도를 통한 협력체계'를 통해 효율적으로 관리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기후변화 등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리로도 활용되는 이론이다.

▦ 노벨상위원회는 "경제학도 시장 이론의 범위를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선정 배경을 밝혔다. 오바마의 평화상 수상이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일방주의 외교에 환멸을 느껴온 유럽의 과도한 기대감의 반영이라면, 시장의 불완전성에 주목해온 오스트롬의 경제학상 수상은 미국식 자본주의를 다시 보게 한 글로벌 금융위기의 산물인 셈이다. 어쨌든 '시장은 완벽하고 합리적으로 작동한다'는 주류 경제학의 시장만능주의에 반기를 든 학자에게 경제학상이 주어진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래도 노벨상의 미국 편중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올해까지 경제학상을 받은 64명 중 미국인은 44명이나 된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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