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경색됐던 남북관계가 본격적인 대화 국면으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북측이 13일 임진강 수해 방지 실무회담, 적십자 실무접촉을 갖자는 하루 전 우리 정부의 제의에 즉각 수용 의사를 표시했다. 이에 따라 14일과 16일 개성에서 국장급 남북 당국 간 대화가 열리게 됐다.
남북 당국간 대화는 7월2일 제3차 개성공단 실무회담 이후 3개월, 8월26~28일 적십자회담 이후 50여일 만에 재개되는 것이다. 최근의 남북 접촉이 제한적 목적을 가진 것이었다면 이번에 재개되는 회담들은 남북이 해빙무드를 타고 물밑 접촉을 하는 과정에서 열리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우리 정부가 제의한 14일 임진강 실무회담, 16일 적십자 실무접촉 등에 대해 북한이 오늘 동의를 해왔다"고 공개했다. 북측은 다만 적십자 실무접촉을 남측이 제안한 금강산 대신 개성에서 열자고 수정 제의함으로써 두 회담 모두 개성공단 내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에서 열리게 됐다.
정부는 이날 오후 김남식 통일부 교류협력국장을 수석대표로 하는 임진강 실무회담 대표단 3명을 북측에 통보했고, 북측도 단장인 리영호 민족경제협력연합회 실장을 비롯해 대표단 3명 명단을 전달해왔다.
정부는 14일 회담에서 지난 6일 북측의 임진강 황강댐 무단 방류로 남측 민간인 6명이 희생된 데 대한 경위 설명과 사과를 요구할 방침이다. 또 남북 공동수계 이용 방안도 제의할 계획이다. 16일 적십자 접촉에서는 이산가족 추가 상봉과 북한 주민 11명 귀순 논란, 대북 인도적 식량 지원 문제 등이 협의될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두 차례의 실무회담에서 성과가 나온다면 고위급 대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번 남북 실무급 대화는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 방북, 북미 양자 접촉 움직임 등 북핵 문제를 둘러싼 주변국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가운데 성사된 것이다.
정부는 특히 9월 이후 북측과 물밑에서 남북대화 재개 여부를 조율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정부가 남북대화와 관계 개선을 통해 북핵 국면에서 제 목소리를 내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그러나 북한은 12일 동해에서 단거리 미사일 5기를 발사한 데 이어 이날도 서해에서 미사일 발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대화 재개에 맞춰 북측이 시위용 도발 카드도 함께 꺼낸 것은 향후 양측의 대화가 녹록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정부 역시 대화에도 불구하고 대북 제재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남북관계가 당장 순항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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