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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교한 달빛아래 詩心 담은 국악 한자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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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교한 달빛아래 詩心 담은 국악 한자락…

입력
2009.10.14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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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도되는 것들이 있어 저로서도 크게 기대돼요." 네번째 작곡발표회 '시와 창작 성악의 만남'을 갖는 작곡가 안현정(37)씨의 마음은 초심이다.

6곡의 노래가 모두 시에 곡을 붙인 것들이고, 실제 무대에서는 프로젝터 영상이 따른다. '서예 영상과 2인의 여성을 위한 초여름 숲처럼'에서는 가사 내용을 붓으로 써 가는 모습이 거대하게 투사된다. 가야금과 양금의 반주에 얹히는 노래는 스크린에 투사되는 먹의 번짐에 따라 때로는 진중하게, 때로는 애잔하게 객석으로 내려앉는다. 가야금, 거문고, 아쟁, 대금, 장고 등 25명의 반주자가 울리는 국악 선율에 바리톤과 피아노가 노닌다.

"이번 연주회는 노래 곡이 위주예요." 좋아하는 문정희 시인의 허락을 얻었고, 선비들의 노래인 정가(正歌)를 두 사람의 여성이 번갈아 부른다는 안씨의 아이디어가 합쳐졌다. 신구의 조화는 오랜 화두였다.

안씨는 첫 작곡 발표회(2004년)에서 국악기와 서양 악기의 만남을 시험한 이래, 서예와 무용, 달의 이미지 등과 국악이 어떻게 융화될 수 있나를 시험해 왔다. 인성(人聲)은 그 중심에 있었다. 정가나 범패는 물론 서양 성악의 각성부가 국악과 만날 수 있는 접점도 그는 허투루 볼 수 없었다. 특히 이번에 선보일 '신(新) 오우가'는 정가와 판소리가 어떻게 만날 수 있나를 시험한 결과다. 선비와 농군의 경계 역시 허물어지는 것이다.

제목부터 시선을 끄는 것은 '맛있는 불고기'와 '막걸리 송'. 모두 바리톤을 위한 곡이다. 음악평론가 탁계석씨의 구수한 가사를 피아노와 장구의 반주에 맞춰 바리톤 박병훈씨가 부른다. 지난달 춘천에서 열린 심포지엄 '대한민국 문화예술 명품의 국제 브랜드화' 주최측의 위촉으로 작곡, 이후 간간이 소개되면서 사람들을 즐겁게 했다.

이번에 첫선을 뵐 곡은 범패 선율에 의한 상여가 '여보, 나왔소!'. 사내가 고생만 하다 먼저 떠난 아내를 그리는 내용의 곡으로, 거문고와 타악 반주가 인상적이다.

서울대 음대 국악과 출신으로 작곡가 이성천씨의 제자였던 안씨는 폴란드 크라카우 음대에서 작곡으로 박사 학위를 땄다. 이번 발표회에 맞춰 2집 음반 '달과 시, 만남'도 나온다. 29일 오후 8시, 서울 양재동 세라믹팔레스홀.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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