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14일과 16일 임진강 수해 방지와 적십자 현안에 관해 실무급 대화를 갖기로 한 것은 서로의 이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북한이 남측의 제의 하루 만에 대화에 호응하고 나온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분석할 수 있다. 우선 대외 여건이다. 북한은 지난 1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핵 카드를 들고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사력을 다해왔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의 기대만큼 서두르지 않았다. 북한은 초조했을 것이다. 그런데 미국 입장에서는 남북대화가 북미접촉과 함께 진행되는 상황이 덜 부담스럽다. 외교소식통은 "미국이 직간접적으로 북한에 이런 입장을 전달했고 북한도 수긍한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의 압박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중국에게 한반도 안정은 자국의 경제 발전에 필수 여건이다. 이를 위해 6자회담 재개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이 필요하고, 북핵 대화 재개 분위기 조성 차원에서도 남북관계 개선이 요구됐다.
중국은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4~6일 방북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이런 입장을 집중 조언했고, 김 위원장이 이를 수용한 결과가 최근의 남북대화 흐름이라는 설명이다.
내부 여건 측면에서도 북한은 김정일 위원장이 건재할 때 남북관계의 기틀을 다잡겠다는 결심을 한 것으로 보인다. 2012년 강성대국 건설 목표를 달성하려면 남측의 지원도 끌어들여야 한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미국과 중국의 입장을 살피고 내부적인 필요성을 감안해 남북대화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부도 원 총리 방북 이후 북핵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남한만 큰 흐름에서 소외되는 상황을 우려했을 것이다. 정부는 북한에 대해 제재와 대화 병행이라는 '투 트랙' 전술을 구사한다고 말은 해왔지만 실상은 제재 쪽에 무게를 실었었다. 그러다 미국과 중국이 대화 쪽으로 기울자 우리도 남북관계 개선으로 대화 흐름에 동참하고자 한 것이다.
특히 남북관계에서 주도권을 확보해야 북핵 다자대화에서 남쪽의 발언권을 찾을 수 있다는 기대도 작용했을 것이다. 또 북측이 8월 이후 계속됐던 남측에 대한 유화 움직임을 곧 철회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전격적인 대화 제의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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