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정감사가 중반에 접어들면서 해묵은 문제들이 다시 드러나고 있다. 나라 살림살이에 낭비는 없는지, 혈세가 정책 우선순위에 따라 적정하게 배분되는지를 점검해야 할 국감이 정치 공방으로 흐르는 고질병은 여전하다. 여기에 은근히 대형 쟁점이 터지기를 바라는 구경꾼의 눈길을 채울 만한 새로운 쟁점도 발굴되지 않았다.
국감 무용론이나 폐지론이 나오고, 한편으로 국감 내실화를 위한 상시 국감 도입론이 다시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헌법 61조가 규정한 국감을 폐지하자는 주장에는 공감할 수 없지만, 오랫동안 상설 국회의 필요성이 거론된 연장선상에서 상시 국감은 논의해 볼 만하다. 다만 안 그래도 국회에 불려 다니느라 일을 할 수 없다는 볼멘소리에 나타나는 행정부의 업무효율 저하 가능성을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국감에서 행정 부처나 공기업 등 피감 기관들이 보인 불성실한 자세 또한 '부실 국감'의 요인임이 분명해졌다. 그제 열린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의 국민건강보험관리공단에 대한 국감이 공단 측의 자료제출 지연을 이유로 야당 의원들의 질타가 빗발친 끝에 15일 다시 한 차례 국감을 열기로 한 것이 좋은 예다. 공단이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어 사흘이면 되리라고 여긴 야당 의원이 9월 7일까지 제출할 것을 요구한 자료가 국감 당일 새벽 1시에 오는가 하면, 기존 자료의 사본에 불과한 자료가 당일 새벽에 엑셀 파일로 목록만 날아왔다. 자료 부족을 지적하며 추가 자료를 요구한 한 야당의원의 보좌관에게 피감 기관 간부가 "너무 많이 알려고 하다가는 다친다"는 협박성 대응을 했다는 소식에는 놀란 입을 다물기 어렵다.
피감 기관이 준비하기도 어렵고, 받아도 소화하지 못할 한 트럭 분량의 자료를 요구하는 등 의원들의 심술궂은 행태도 꼴불견이지만 피감 기관의 무성의한 자세는 더욱 큰 문제다. 이러고서 어떻게 국회 때문에 업무 효율이 떨어진다고 말할 수 있는가. 스스로 반성하고 잘못을 고칠 수 없다면 정부가 회초리로 때려서라도 옳은 자세를 가르쳐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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