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의 '김 할머니'처럼 식물인간이나 뇌사 상태 환자 등에 대해서는 가족 동의를 얻으면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는 의료계의 지침이 최종 확정됐다.
대한의사협회, 대한의학회 등 의료계 전문가로 구성된 '연명치료 중지에 관한 지침 제정 특별위원회'는 13일 의협회관에서 이 같은 내용의 지침을 발표했다. 이 지침은 의료계가 내놓은 최종안으로, 일선 병원에서 연명치료 중단 요구가 있을 때 가이드라인으로 사용된다.
지침은 연명치료를 중지할 수 있는 대상으로 ▦6개월 이상 지속된 식물인간 상태 ▦2인 이상 전문의가 판단한 뇌사 상태 ▦적극적인 치료가 효과가 없는 말기암 환자 ▦만성질환 및 후천성면역결핍증 말기 환자 ▦임종 환자 등으로 구체화했다. 그러나 식물인간 상태의 경우 종교계에서 "연명치료 중지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반대해 논란이 예상된다. 식물인간은 심한 뇌 손상으로 의식이나 인지기능이 완전히 손실된 상태이지만 심폐기능이 살아 있어 연명치료를 통해 수년씩 생존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침은 그러나 연명치료를 중지하더라도 심폐소생술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수혈, 항암제 투여 등과 같이 의학적 기술이 필요하고 환자에게 고통을 줄 수 있는 '특수 연명치료'만 중지하도록 했다. 관(管)을 통한 영양ㆍ수분 공급, 산소공급, 욕창 예방, 1차 항생제 투여 같은 '일반 연명치료'는 중단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한 것이다.
또 연명치료 중지 절차와 관련, 환자가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연명치료를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경우 이를 근거로 연명치료를 하지 않을 수 있도록 했다. 의사가 확인되지 않은 경우 의사들의 의학적 판단으로 연명치료 중지 대상 여부를 판단한 뒤 환자의 의사를 간접적으로 확인한 '추정적 의사'를 통해 중지 여부를 최종 결정하도록 했다. 추정적 의사는 환자의 나이와 직업, 종교나 평소 신념, 생활 태도 등을 고려해 병원윤리위원회가 판단한다.
의협 부회장인 이윤성 서울대 법의학 교수는 "이번 지침 제정으로 연명치료 중단 과정에서 제기되는 각종 법적 공방이 많이 없어지고 의료분쟁 등을 우려해 연명치료를 계속하는 관행이 줄어들어 환자가 `존엄하게'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지침은 원칙적인 가이드라인 수준이어서 일선에서 의료진과 환자측간에 이견을 완전히 해소하기를 어려울 전망이다. 또 종교계가 "식물인간 상태 환자의 연명치료 중단과 '추정적 의사' 인정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자들을 원치 않는 연명치료 중단으로 내몰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어 향후 지침 집행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유병률 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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