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해상자위대의 인도양 급유지원활동을 내년 1월 15일 이후 중단할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인도양에서 자위대 철수는 자민당식 대미 추종 외교를 거부하고 미일동맹을 중시하면서도 미국과 '대등한 관계'를 설정하겠다는 하토야마 정부 대미정책의 첫 가시적인 조치다. 미국은 이 현안과 관련, 일본이 판단할 문제라면서도 급유 계속을 바라는 쪽이었으며 파키스탄 등 주변국 역시 급유지원활동 유지를 거듭 요청해왔다.
기타자와 도시미(北澤俊美) 일본 방위성장관은 13일 기자회견에서 자위대 인도양 급유지원에 대해 "(근거가 되는 신테러대책특별조치법의)기한이 내년 1월이므로 법에 따라 엄숙히 철수하겠다"고 말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기타자와 장관은 "임시국회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새 법안을 제정해 파견하려는 논의도 현재로는 없다"며 대체법안을 통한 파견 연장도 없음을 확인했다. 일시 철수 후 재파견 가능성에 대해서는 "국제공헌을 위해 어떤 길을 모색할지 협의해 가겠다"며 향후 검토 의사를 표시했다.
앞서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외무장관도 전날 방문지인 파키스탄에서 급유활동 계속에는 신테러특조법 개정안 제출이 필요한 점을 언급하며 "임시국회 법안심의 방침은 거의 확정돼가고 있지만 급유활동 계속 법안은 올라있지 않다. 제출에 여러가지 조정이 필요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히라노 히로후미(平野博文) 관방장관 역시 "외무장관의 발언은 매우 무거운 것"이라며 "그에 기초해 최종판단하겠다"며 철수 방침으로 조정할 뜻을 밝혔다. 히라노 장관은 "농업, 직업훈련 등 민생지원이 가장 효과적이고 근본적인 테러 해결책"이라고 덧붙였다.
인도양의 자위대 철수는 대등한 대미 관계를 표방한 일본 민주당의 기본 정책 방향이었고 연립정부에 참여한 사민당의 강력한 요구 사항이었다. 하지만 이날 일본 장관들의 급유지원 중단 표명이 전날 커트 캠벨 미 국무부 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의 방일 직후 나와 미국의 이해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급유지원 문제를 포함해 주일미군기지 재편, 미일지위협정 개정 문제 등 미일 현안들은 20일로 예정된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의 방일 이후 구체적 윤곽이 나올 전망이다.
일본은 2001년 9ㆍ11 테러 이후 제정한 테러대책특별조치법에 따라 그해 12월부터 해상자위대를 인도양에 파견해 미국, 파키스탄군 등에 급유를 지원해왔다. 2007년 11월 이 법이 효력이 끝나 일시 자위대가 철수했지만 이듬해 1월 새 특조법이 성립해 급유를 재개했다. 2001년 12월 이후부터 2008년 9월까지 급유 실적은 총 847회 49만9,500㎘(235억5,000만엔)에 이른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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