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이 가장 싫어하는 말 가운데 하나가 '엄마 친구 아들'의 약자인 '엄친아'이다. '엄친아'는 공부도 잘하고, 영어도 잘 하며, 예술적인 소양도 많고, 운동도 잘하는 만능의 모범적인 아이를 지칭한다.
재미있는 것은 청소년의 공적 1호인 '엄친아'가 실제로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경우 공부를 잘하면 운동을 못하고, 영어를 잘하면 그림을 못 그리는데도 부모들이 장점만 비교하는 바람에 청소년들은 존재하지도 않는 친구와 비교되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이런 불합리한 일이 생기는 이유는 사람들이 정보를 객관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주 접하거나 강렬한 정보 위주로 해석하기 때문인데, 이를 심리학에서는 '입수가능성 편향' (availability bias)이라고 부른다.
이런 편향의 또 다른 사례는 '조두순 사건'(일명 나영이 사건)에서도 나타난다. 많은 부모들이 자녀들이 강력 범죄에 노출된 환경에 대해 걱정을 하면서도, 자해나 자살 가능성에 대해 그만큼 걱정을 하지 않는 경우가 그렇다. 뉴스를 통해 얻게 되는 강력 범죄 사건들이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 주고는 있지만 객관적 통계로 따지면 강력 범죄보다는 자살에 의한 사망이 훨씬 많다.
사람들은 투자 결정에서도 '입수가능성 편향'에 빠져 행동하는데, 로또를 구매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로또 사업자가 당첨금으로 지급하는 금액은 복권 판매액의 절반이므로 기대 수익률은 -50%에 불과하다. 요컨대 로또를 1만원 구입하면 기대되는 평균 당첨액은 5,000원이라는 뜻이다. 투자 이론의 관점에서는 이런 행위는 절대로 해서는 안된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로또를 사려고 줄 서는 이유는 매주 뉴스를 통해 접하는 벼락부자가 된 사람의 소식의 당첨 가능성을 과도하게 높게 만들도록 하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주가지수가 급상승하면서 주식 투자가 화제에 오르고, 자연스레 각종 투자 성공 사례가 공유되고 있다. 문제는 각자의 투자 경험을 이야기할 때 실패한 사례는 빼 놓고 높은 수익률을 보였던 종목을 이야기하며 자랑을 늘어 놓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주식 투자로 500만원을 10억원으로 만들었다는 사람 얘기는 수 없이 듣는데 1억원을 고스란히 날렸다는 얘기는 거의 듣기 힘들다.
활황 장세가 길어지면 주변에 많은 성공 사례가 나타나고, 이렇게 양산된 정보들은 주식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마저 끌어들이는 힘을 발휘한다. 그러나 이런 정보들은 입수가능성 편향을 만들며 나에게도 대박의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오판하게 만들고, 결국 무수한 실패 사례로 이어지게 된다.
근거는 없지만 강렬하게 유혹하는 성공 신화를 좇아가려는 본능을 억제하는 것. 그것이 바로 합리적 투자 행태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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