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대강 사업 등 국책사업을 줄줄이 공기업에 떠맡기고 있지만, 정작 이것이 해당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선 감점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공공기관으로선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국책사업을 떠안는 동시에, 공공기관 평가에서도 불이익을 당하는 실정이다.
정부는 공기업에 일 떠안기는 것도 모자라 벌까지 주는 셈이어서, 말 그대로'정책 따로, 평가 따로'란 지적이다.
13일 기획재정부의 '2008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민간전문가 139명으로 구성된 공공기관 평가단은 주요 공기업에 대해 '무차별적으로 국책사업을 떠안음으로써 재정상태가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을 경영평가의 주요 고려요인으로 삼았다. 이 같은 기준에 의한 평가단의 공기업 평가결과는 성과급 차등과 같은 공공기관 상벌에 활용된다.
평가단은 정부가 최근 4대강 사업비의 절반이상을 맡도록 한 한국수자원공사에 대한 2008년 경영 평가에서 "대규모 국책사업을 맡게 되는 이유가 공사의 핵심역량에 기인하는지 불분명한 경우가 있다"며 "대(對) 정부 설득 논리를 개발하지 않으면 공사의 미래비전과 배치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평가단은 특히 "공사의 신성장사업이 정부의 뉴딜정책 등 대규모 투자와 겹쳐서 급격히 이뤄질 경우 부채비율 악화와 이자보상배율 저하가 예상되는 등 재무적 위험이 증가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경고했다.
최근 통합 발족한 주택공사와 토지공사의 평가에서도 과도한 국책사업 부담이 감점 요인으로 작용했다. 주공에 대해서는 "부채 누적과 경기 전망 불투명으로 수익성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건설 계획을 추진하게 돼 재무구조에 추가적 어려움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고, 토공 역시 "공공성의 강조가 이익률 저하와 재무 건전성 악화를 불러일으키게 될 때의 대비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고 평가했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공공기관 평가에서까지 불이익을 주면서 공기업에게 과도한 국책사업 부담을 떠안기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태도"라고 지적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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