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멜버른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하고 영국 런던대학에서 열대의학으로 학위를 받아 의사가 된 청년이 있었다.
장발의 히피로 마리화나를 벗하며 인더스강 장장 1,000㎞를 여행하며 세상을 떠돌기도 했다고 한다. 여느 히피들처럼 그 역시 전후의 낡은 권위와 억압이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몸의 병을 고치는 의사가 됐어도 정작 제 마음의 병은 어쩔 수 없더라고 했다. 31세 되던 해, 그는 네팔의 코판사원에서 명상강좌를 들었고, 18개월 뒤 계를 받고 티베트 불교 승려가 됐다. 툽뗀 갸초(66ㆍ속명 에이드리언 펠트만ㆍ사진) 스님이 방한했다.
_왜 출가했나.
"행복해지는 길을 찾고자 했다."
_길이 뭐던가.
"불행의 요인들을 끊는 거더라. 인간은 평화롭고 행복한 본성을 타고난다. 살면서 그 본성을 가로막는 것들(번뇌)이 생긴다. 그러므로 평화나 행복은 찾고자 애쓸 필요도 없고, 만들 수도 없다. 번뇌를 제거하면 된다."
그는 승려가 되기 전 자신을 괴롭혔던 고통의 근원이 나의 바깥이 아니라 안의 문제였음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인간은 자신이 만든 이미지(자아)에 속아 화도 욕망도 만들어 냅니다. 그런 감정들을 제어하지 못하면 자신과 사회를 병들게 합니다. 따라서 사회적 병리의 보편적 해법이란 없으며 오직 개인의 해법이 있을 뿐입니다."
의사 시절 우연히 도교 관련 서적을 읽고 마음이 열리는 느낌을 받은 게 티베트 행의 계기였다고 한다. 그는 현대 의학이 치유하지 못하는 마음의 병의 비밀을 여는 열쇠를 동양에서 찾고자 했다. 종교조차 없었던 당시의 그에게 티베트 불교는 종교적 영성의 길이 아니라 과학의 길이었다.
_ 지금도 불교는 과학인가.
"그렇다. 불교는 이론이 아닌 실질의 심리학이다. 우리가 하는 명상은 그 상세한 지침들을 따르면 마음 각각의 거친 결을 다스릴 수 있게 해준다. 불교는 과학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준다. 카르마(업)와 진화론은 상보적인 관계다."
그는 네팔에서 무료의료원을 운영했고, 고향 멜버른과 프랑스 툴루즈 등지에 사원을 세워 포교했고, 지난 3월부터는 몽골 울란바토르 불교회관의 상임 법사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3월 '행복과 평화에 이르는 길'이라는 부제를 붙인 그의 저서 <티베트 승려가 된 히피 의사> (호미 발행)가 국내 번역 출간된 바 있다. 갸초 스님은 부산 홍법사와 청도 운문사, 해남 미황사 등지를 돌며 29일까지 대중 법문할 예정이다. 티베트>
최윤필 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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