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 욱수동의 '망월지'. 넓이 1만8,414㎡, 깊이 0.5∼1m의 농업용 저수지인 이곳에선 매년 5월 말쯤 새끼 두꺼비 수십만에서 수백만 마리가 인근 욱수골로 이동하는 장관이 연출된다.
욱수골에 사는 어미 두꺼비들이 2,3월 망월지로 옮겨 산란, 부화한 새끼들이 '제 집'을 찾아가는 것. 2007년 봄 200만∼300만 마리의 이동 모습이 첫 포착된 뒤 지난해와 올해는 이상기온과 가뭄으로 개체 수가 줄었으나, 망월지는 현재 알려진 국내 최대의 두꺼비 산란지다.
두꺼비 외에도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는 도심형 습지공간으로 주목 받아온 이곳이 존폐 위기에 놓였다. 망월지 내 사유지 주인 25명이 최근 관할 수성구청에 농업용 저수지 용도폐기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대구경북녹색연합은 13일 "저수지가 없어지면 두꺼비 산란지가 사라지고 인근 생태계도 심각한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평일 4,000여명, 주말 2만여명의 시민이 찾는 욱수골을 포함해 이 일대 생태에 대한 보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망월지 내 땅주인 김모(66)씨는 "이 일대 논밭이 최근 아파트 단지 등으로 바뀌면서 저수지 활용도가 크게 떨어졌다"며 "망월지를 메워 밭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구시와 수성구는 망월지에 대한 농업용 저수지 활용가치를 조사, 승인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재혁 대구경북녹색연합 운영위원장은 "지구온난화로 전세계 양서류가 3분의 1이나 줄어들었다"며 "생태적 가치가 높은 국내 최대 두꺼비 산란지를 보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환경부는 두꺼비를 포획금지 야생동물로 지정, 보호하고 있으며 수중과 육상 생태계의 건강성을 확인할 수 있는 환경지표로 활용하고 있다.
대구=전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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