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인숙 선배의 신간 <안녕, 엘레나> 가 한 케이블 방송에 소개되면서 평론가 정홍수 선배와 출연했다가 돌아가는 택시 안이었다. 마침 한 방향이라 같이 택시에 탔다. 점심을 먹으며 반주로 마신 맥주 한 잔에 노곤해지는 오후였다. 안녕,>
택시가 한강을 건넜다. 무심코 탁한 강물 어딘가를 보고 있던 김 선배가 운을 뗐다. "동해안에 가본 지가 언젠지." 불현듯 동해 그 푸른 바다가 그리워졌다. 지금쯤 물빛도 더 깊어졌을 것이다. 까짓 거 못 갈 것도 없지. 가을이 더 깊어지기 전에 동해 바다에 한번 가자는 말이 구체화되려는 순간, 앞자리에 앉은 정 선배가 한 마디 했다.
그런 건 계획을 잡아 하는 것이 아니라 낮술을 마시다가 순간 마음이 동해 결행하는 것이라나. 그럼 낮술을 마실 약속을 잡아야 하나. 낮술이야말로 무계획적으로 이루어지는 것 중 하나였다. 마침 택시에서 틀어놓은 라디오에서 낙산사 복원 불사 회향식을 알리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지난 2005년 불길에 휩싸인 낙산사의 모습이 떠올랐다.
불길은 계곡과 강을 훌쩍 뛰어넘었다. 그 뒤로 그곳을 떠올릴 때마다 푸른 바다와 함께 거침없이 타들어가던 불의 이미지가 겹쳐졌다. 산불은 낙산사를 태우고 바다 가까이에서야 멈췄다. 그럼 보수된 낙산사를 빌미로 한번 가볼까. 우리는 언제 낮술 한 잔 하자는, 기약 없는 약속을 하며 헤어졌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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