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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만의 유통방통] 국산 담배회사의 담배 농가 챙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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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만의 유통방통] 국산 담배회사의 담배 농가 챙기기

입력
2009.10.13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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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출신 극작가 버나드 쇼의 희곡 '소령 바바라'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구세군 여장교인 바바라는 무기사업을 하는 아버지를 미워하고 있지만, 나중에 경영난을 겪고 있는 구세군에 지속적으로 경제적인 도움을 준 사람이 바로 아버지라는 사실을 알고 결국 화해한다는 내용입니다. 기업의 도덕적 책임을 강조한 작품으로 정평이 나있지요.

지난 주말 KT&G의 경북 영주제조창을 다녀왔습니다. 35만㎡의 부지에 들어선 이 곳은 동양최대규모라는 명성답게 최첨단 기계 15대에서 분당 담배 1만6,000개비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한해 만들어내는 담배는 325억 개비. 반면 여기서 일하는 정규 직원은 277명에 불과, 직원 1인당 117백만 개비를 생산하는 셈이 됩니다. 이렇게 만들어낸 담배는 'RAISON''BOHEM' 'THE ONE' 'SEASON' 등의 이름으로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습니다.

이 곳에서 생산된 담배의 40%가량이 이라크, 이란, 러시아, 아프가니스탄, 필리핀은 물론 미국까지 수출하고 있고, 지난 해 수출로 벌어들인 돈만 5,014억원이나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작 영주제조창에 와서 놀란 것은 이 회사의 뛰어난 생산성도, 식품업계에 버금간다는 철저한 위생관리 시스템도, 공장설립이래 단 한 건의 분규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노사관계도 아니었습니다.

KT&G는 이미 오래전 공기업에서 민영화했음에도, 여전히 국내 담배 농가를 위한 배려를 잊지 않고 있었습니다. 원가가 수입 잎담배에 비해 3~6배나 비싸지만, 우리나라 담배 농가에서 재배하는 잎담배를 전부 수매하고 있습니다. 원재료 구매과정에서 원가상승요인이 생기지만, 자동화 설비를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법으로 원가절감을 이뤄내고 있었습니다.

만약 이 회사가 아닌, 외국의 담배회사라면 과연 원가가 비싼 국내 담배 농가의 잎담배를 구입해줄 것인가를 생각하니 회의적인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백해무익하다고 알려진 담배를 만드는 회사이지만, 이날 기업이라는 것이 단지 돈을 벌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버나드 쇼의 철학을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노벨이 인류복지를 위해 노벨상을 만들었기 때문에 그의 진가가 더욱 도드라지는 것처럼 말입니다.

한창만 산업부차장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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