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결국 12일 국정감사장에서 효성그룹에 대한 자체 첩보수집 보고서의 존재를 사실상 시인했다. 그러나, 검찰은 "필요한 부분은 모두 수사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고 이 때문에 야당과 검찰 사이에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졌다.
공방의 시작은 본보 보도의 오보 여부였다. 한국일보는 지난 7일자에 "검찰이 효성과 관련된 10여 가지 첩보를 입수해 분석한 뒤'위법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이 담긴 보고서까지 작성하고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노환균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일보 보도가 오보라고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오보라면 어느 부분이 오보인지 밝혀달라"고 말했다. 노 지검장은"'검찰이 수사를 안 했다'는 기사 제목이 사실과 다르다라고 말했을 뿐 오보라고 한 적은 없다"고 응수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이 "기사가 오보가 아니라고 확인한 것으로 알겠다"고 하자 노 지검장은 "오보가 아니라고 한 것은 아니다"라고 맞받는 등 치열한 신경전 양상을 보였다. 노 지검장은 같은 당 박지원 의원이 "오보라고 하진 않았다는 말인가"라고 재차 추궁한 데 대해서도 "기사가 오보라는 표현을 안 썼다는 의미"라고 확답을 피했다. 앞서 노 지검장은 지난 7일 기자들에게 "검찰은 수사를 할 만큼 했으며 (보도 내용은) 사실과 다른 게 많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논란은 자연스럽게 보도의 핵심 내용이었던 첩보수집 보고서의 존재 여부로 이어졌다. 검찰은 이날까지 보고서 존재 여부에 대해 함구로 일관했을 뿐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지난 7일 이 같은 내용이 보도되자 대검은 "그런 보고서가 있는지 확인 중"이라고만 밝힌 뒤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고, 서울중앙지검 간부들은 기자들의 확인 전화조차 받지 않았다. 보고서의 내용은 상당히 구체적이라 검찰이 존재 사실을 시인할 경우 부실한 효성 수사결과에 대한 의혹이 증폭될 상황이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보고서를 본 적이 있느냐. 보고서 내용에 대해 수사를 했느냐"고 강하게 추궁했고 노 지검장은 역시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이런 상황은 의원들의 자료 공개 이후 달라졌다.
박영선 의원은 효성이 캐피탈 월드 리미티드(CWL)라는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해외에서 자사 지분을 우회 매입한 뒤 국내에서 자금을 조성해 매입 자금을 갚았다는 내용의 보고서 일부를 공개했다.
박지원 의원 역시"보고서를 입수했고 문서번호까지 알고 있다"며 검찰을 압박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노 지검장은"보고서를 본 적이 있느냐"는 민주당 우윤근 의원의 질문에 대해 "보고는 받았다"라고 답변하면서 사실상 보고서의 존재를 시인했다.
노 지검장의 시인 답변을 받아낸 야당은 본격적으로 검찰을 공격했다. 초점은 역시 효성에 대한 봐주기 수사 의혹과 재수사 촉구에 모아졌다.
자유선진당 조순형 의원은 "우리나라 최고의 특별수사조직이 3년 동안 수사를 했고, 첩보 보고서 내용도 매우 구체적인데 어떻게 이런 결과밖에 나오지 않았느냐"며 " 재수사 여부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박영선 의원은 "한 명의 네티즌이 조현준 효성 사장의 호화 주택 구입 사실을 확인했는데 도대체 검찰은 무엇을 했느냐"며 "재수사에 착수하지 않는다면 국정조사와 특별검사의 수사가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압박했다.
박 의원은 검찰의 수사기록 공개를 끈질기제 요구해 결국 검찰로부터 "15일 일부 내용을 열람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답변을 받아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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