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IMF 금융위기'이후 동아시아공동체 논의는 또 한번의 계기를 맞는다. 1997년 12월 한ㆍ중ㆍ일 3국이 아세안(ASEAN) 10개국과 함께 '아세안+3 회의'를 처음 가진 이후 역내 통합은 이 지역 지도자들의 지속적 주제였다. 하지만 주창국에 따라 방식과 참여 대상 국가는 상이하다. 통합체 내 주도권을 의식한 각국의 계산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제시한 통합안은 상당히 구체적이었다. 당시 한중일 3국은 아세안+3 체제 내 영향력 확대를 위해 1999년부터 3국 정상회담을 개최했고, 이 때문에 아세안 국가와 3국 간에 미묘한 갈등이 일고 있었다. 2001년 김 전 대통령은 아세안 10개국을 허브로 하고 한중일과 느슨한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 동아시아가 유럽연합(EU)과 같이 통합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김 전 대통령은 또한 아세안+3을 '동아시아정상회의(EAS)'체재로 바꾸는 방안도 주장했지만 아세안 국가의 반대로 무산됐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의 통합안은 처음으로 동아시아 공동체의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동북아 균형자론'은 동아시아공동체까지 염두에 둔 한국의 역할론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도 역내 통합에 관심이 없을 리 없다. 중국은 2004년부터 마하티르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전 수상과 함께 EAS 조기 개최를 주장했으나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한 아세안 국가들은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대안은 일본이 내 놓았다. 일본은 EAS 참여국의 범위를 인도, 호주, 뉴질랜드로 확대할 것을 주장했고 결국 2005년 9차 회의부터 이들 3국이 참여했다. 여기에는 아시아의 결집이 반가울 리 없는 미국의 입김이 작용했다. 미국이 일본을 부추겨 친미 국가인 호주 인도 등을 참여시켰다는 분석이다.
통합방식은 한마디로 동상이몽이다. 경제발전을 위해 아세안과 협력이 필요한 중국은 아세안+3 방식의 통합을 지지한다. 주도권 잡기가 쉽기 때문이다. 한국도 아세안과 한중일 위주의 통합을 선호한다. 일본은 중국 견제를 위해 인도, 호주를 적극 끌어 들이고 있는데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의 제안도 마찬가지다.
현실적 어려움에도 불구, 일본이 다시 공동체안을 들고 나온 것은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9일 "학자들은 1년 내에 일본이 세계 2위 경제국의 자리를 중국에 넘겨줄 것으로 본다"는 말로 상황을 정리했다. 영국 텔레그라프 역시 10일 "일본은 경제 동력인 수출이 붕괴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공동체 구축이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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