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치 부심 3년, 더 이상의 시행착오는 없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새로운 컴퓨터(PC)용 운용체제(OS) '윈도7'을 22일 전세계에 동시 출시하며 '윈도 비스타'때문에 구겨진 자존심 회복에 나선다.
심혈을 기울여 내놓은 윈도 비스타의 실패의 충격이 컸던 탓일까. 내달 2일 스티브 발머 MS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방한해 판매를 독려키로 했다. 그 정도로 윈도7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반증. 새롭게 출시를 앞둔 한글판 윈도7을 미리 사용해 보고 어떻게 달라졌는지 짚어 봤다.
MS, 자존심을 걸었다
제품명 윈도7은 7번째 윈도라는 뜻. 지금까지 MS는 윈도를 개발하면서 '롱혼'(윈도 비스타), '휘슬러'(윈도XP), '멤피스'(윈도98) 등 내부 코드명을 붙였다. 그런데 이번에 처음으로 코드명과 동일한 제품명을 사용했다.
이유는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해서였다. 화려한 외양 대신, 이용자들의 편리함을 위해 윈도 시리즈를 처음 개발했던 그 본뜻을 잊지 않기 위해 MS는 윈도7 개발 슬로건을 '기본으로 돌아가자'(Back To The Basic)로 정했다.
윈도 비스타의 실패를 딛고 일어선다는 의미도 들어 있다. MS가 윈도XP 이후 무려 6년을 투자한 윈도 비스타는 2007년 1월 출시된 이래 1년 동안 국내 시장 점유율 10%를 넘지 못했다. 실행 속도가 느려서 답답하고, 예전 OS와 호환성이 부족할 뿐 아니라, 인터넷 뱅킹과 온라인 게임마저 실행되지 않았다. 그 결과 윈도 비스타는 지난해까지 국내 시장 점유율 20%를 겨우 넘기는 최악의 성적을 보였다.
윈도7, 가볍고 편리해졌다
구구절절한 자기 반성 끝에 나온 MS의 윈도7는 어떨까. 한마디로 가볍고 편리해졌다. 설치부터 작동까지 윈도 비스타는 말할 것 없고 윈도XP보다 빨라졌다. 자료 처리속도 1㎓ 이상의 중앙처리장치(CPU)와 1GB 이상의 주기억장치 등 최소 사양을 충족한 PC라면 설치에 20여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문제가 됐던 구 제품과의 호환성도 최대한 해결했다. 백수하 한국MS 이사는 "14개 시중은행 가운데 현재까지 12개 은행 사이트가 윈도7에서 인터넷 뱅킹을 지원한다"며 "출시 전까지 14개 은행 모두 완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용도가 높은 국내 온라인 게임 100개 가운데 85개가 정상 작동한다"며 "나머지도 최대한 빠른 시일내 호환성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완책도 마련했다. 윈도XP 화면을 가상으로 띄우는 기능을 추가, 윈도7에서 작동하지 않는 프로그램은 여기서 실행하면 되게끔 했다.
윈도XP 이용자라면 초기 화면이 깜짝 놀랄 만큼 변화가 크다. 대표적인 것이 '에어로'라는 투명 기능. 화면에 여러 개의 창을 띄워서 정신이 없다면, 마우스 커서로 아무 창이나 선택해 좌, 우로 흔들면 모두 투명해진다. 대신 화면 하단의 작업 표시줄에 각 창의 내용이 요약 표시된다. 이중 필요한 것을 선택하면 그 창만 되살아난다.
외출한 뒤 노트북이나 휴대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해 집에 켜놓은 PC와 가정용 게임기 엑스박스360을 호출해 저장된 동영상, 음악 파일 등을 감상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 지원 TV라면 윈도7이 설치된 PC로 방송 내용을 녹화할 수도 있다. 또 휴대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해 TV를 원격 조정으로 볼 수도 있다.
위치정보 기능이 추가됐다. 위치확인(GPS) 기능이 있는 노트북이라면 현재 위치를 기준으로 맛집, 날씨 등 주변 정보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이를 위해 MS는 국내 유명 포털과 정보 제공을 협의중이다.
비싼 가격, 불편한 업그레이드 방식이 걸림돌
걸림돌도 있다. 가격과 불편한 업그레이드 방식이다. 'MS 스토어'에서 온라인 예약 판매하는 윈도7 처음 이용자용과 홈프리미엄용은 각각 38만9,000원과 27만9,000원으로 비싼 편이다. 이마저도 22일 이후에는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한국MS 관계자는 "국내 이용자들은 윈도 소프트웨어만 사는 경우가 거의 없고 PC를 구입하면 함께 설치해 판매하기 때문에 가격은 큰 문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PC에 기본 설치해 판매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기본 기능만 갖춘 저가용 '윈도7 베이직'은 국내에는 출시하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윈도XP에서 바로 윈도7으로 옮겨갈 방법이 없다는 것. 만약 윈도XP 이용자가 윈도7을 이용하려면 윈도XP를 모두 지우고(포맷) 윈도7을 새로 설치해야 한다. 이를 피하려면 윈도XP에서 윈도 비스타로 업그레이드 한 뒤, 다시 윈도7을 설치해야 한다.
백수하 한국MS 이사는 "윈도XP와 윈도 비스타, 윈도7의 기술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라며 "사용 언어, 사용 버전(초보자용, 고급형 등)이 달라도 업그레이드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를 감안해 MS 스토어에서는 윈도 비스타 업그레이드 버전을 9만9,000원에 판매한다. 결국 현재로서는 윈도 비스타를 설치한 뒤 2만원 정도의 설치비를 내고 윈도7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가장 저렴한 방법이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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