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했다. 그러나 실생활에선 그 '티끌'이 뭔지 모를 때가 허다하다. 알 수가 없으니 모을 수도 없는 노릇. 기업이라고 다를 리 없다.
그런데 애경은 티끌을 간파하고 있다. 포장 줄이기가 그렇다. 간단한 생활의 발견에서 비롯된 아이디어인데, 1석4조란다. 어떻게 가능한 걸까.
생활용품은 묶음포장 형태의 기획세트가 많다. 소비자들은 묶음포장을 사면 비닐포장은 집에 오자마자 벗겨내 바로 쓰레기통에 처넣거나, 매장에서 곧바로 버린다. 여러 제품을 함께 넣기 위해 업체 입장에선 필요한 포장이 제품 구입 후엔 쓰레기가 되는 셈이다.
애경은 세탁세제 '퍼펙트' 2㎏짜리 2개들이 묶음포장 기획세트의 비닐 팩을 아예 없앴다. 대신 생산공정 단계에서 낱개의 포장재를 이어 붙여 묶이도록 하는 방식(실링)을 도입했다.
덤을 끼워 주는 제품은 본 상품에 덤 양만큼을 더 넣어 불필요한 포장을 줄였다. 예컨대 순샘 1㎏짜리를 사면 300g짜리 덤을 따로 주는 게 아니라 한 포장에 순샘 1.3㎏을 담아주는 식이다.
포장의 거품 빼기는 우선 환경을 생각한다. 기업 입장에선 포장재 비용을 절약할 뿐 아니라 인건비도 줄일 수 있다. 고객은 어차피 버릴 비닐 없이 제품을 가져갈 수 있으니 간편하다.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반응이 좋자 애경은 1석4조 포장기술을 다른 제품에도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실속 아이디어는 애경의 오랜 친환경 경영의 산물이다. 애경은 1997년 청정 생산공정을 도입해 40억원 이상 절감했다. 자원사용량, 대기 및 수질오염 등의 감소효과라는 보이지 않는 가치도 챙기고 있다. 실제 청정 생산으로 만들어진 '퍼펙트'는 기존 세제보다 사용량을 3분의 1이나 줄였다.
2000년엔 '전 과정 평가'(LCA)를 적용해 친환경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LCA는 원료생산, 제품생산, 사용, 폐기 및 각 단계별 운송 등 제품 개발 전 과정에 대한 환경영향을 평가하는 기법이다. 2004년부터는 환경보고서를 작성하고, 전사적 환경경영시스템(ISO-14001)을 구축했다.
덕분에 대전공장은 2006년 환경친화 기업으로 지정됐다. 아울러 제1회 '국가환경경영대상' 청정 생산 분야에서 산업자원부 장관상(현 지식경제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상생의 묘도 살리고 있다. 애경은 2007년 13개 업체를 시작으로 매년 협력회사와 '그린 파트너십 자발적 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환경경영 기법을 협력업체와 나눔으로써 경쟁력을 더불어 높이자는 취지는 지난해 제3회 '국가환경경영대상' 수상(대중소 그린 파트너십 부문 환경부장관상)으로 인정을 받았다.
내친 김에 올 초엔 친환경경영 사무국을 대표이사 직속으로 신설했다. 좀더 체계적으로 친환경경영에 집중하자는 의지 표명이다. 포장재 줄이기, 탄소배출량 규제, 그린 파트너십, 환경마크 획득 등이 중점과제로 선정됐다.
특히 탄소성적표지 인증 추진이 눈길을 끈다. 탄소성적표지란 원료채취, 생산, 유통 및 사용, 폐기단계 등 제품 전 과정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품에 표기하는 것을 뜻한다. 애경은 올 하반기 생산되는 생활용품을 중심으로 탄소성적표지 인증을 획득하기 위한 막바지 준비에 돌입했다.
생활을 바꾸는 작은 실천은 실은 거대한 목표와 계획이 작동해야 비로서 가능해진다. 깨끗함 신뢰 혁신이라는 핵심가치, '고객 삶의 가치를 높이는 라이프 스타일리스트'라는 목표가 없었다면 애경의 작지만 의미 있는 포장재 혁신은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애경의 다음 그린 아이디어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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