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이 10·28 재보선 수도권 격전지인 경기 안산 상록을 후보 단일화를 두고 명분싸움을 벌이고 있다. 후보 등록일(13~14일) 전단일화는 사실상 물 건너간 상태인데도 여론전에만 골몰하고 있다.
일단 다급한 쪽은 김영환 후보를 공천한 민주당이다. 수도권 2곳 중 수원 장안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혼전인 상황에서 '안산 1승'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확실한 승수 챙기기가 필요한 곳이다.
12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이런 고민이 묻어났다. 정세균 대표는 덩샤오핑의 흑묘백묘(黑猫白猫)론을 언급하며 "민주당이 민주당만의 색깔을 고집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안희정 최고위원도 "후보 단일화는 우리의 사명"이라고 했다.
문제는 민노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의 지지를 받아 무소속으로 나선 임종인 후보에 대한 민주당의 불신이 깊다는 점이다.
당 관계자는 "임 후보가 8일 단일화를 공개 제안해 놓고 정치적 협상에만 매달린다"며 "우리는 이미 여론조사를 통한 후보단일화를 제의했는데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임 후보의 진정성에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3자 대결(한나라당-민주당-무소속)에서도 승산이 있는데 굳이 임 후보와의 단일화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김영환 후보가 당 후보로 확정된 후 지지율 상승이 뚜렷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임 후보 측은 김 후보의 '전력'을 문제 삼고 있다. 임 후보 측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관계된 김 후보가 단일 후보로 적합한지 의문"이라며 "임 후보가 여론조사를 거부한다는 민주당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한편 천정배 의원 등 안산지역 민주당 지역위원장 3명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지금 야권이 분열하는 것은 시민들이 차려놓은 밥상을 걷어차는 일"이라며 단일화를 요구했다. 특히 천 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지면 제일 잘못되는 것이 민주당이다. 당 지도부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후보는 13일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하지만 설사 여론조사라는 큰 틀에 공감해도 '적합도냐 지지도냐' 등 세부 사항을 두고 양측이 신경전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
장재용 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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