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 국정감사는 경찰의 과공(過恭)에 대한 의원들의 면박으로 시작됐다. 경찰이 업무보고에 앞서 행안위 의원 24명의 사진과 활동 내용을 일일이 소개하는 5분 분량의 영상물을 상영하자 조진형 위원장이 "다음부턴 이런 거 준비하지 말고 질의 시간이 모자라니 업무보고도 간략히 하라"고 지적한 것.
강희락 경찰청장은 머쓱한 표정을 지었고, 오전 일정이 끝난 뒤 한 경찰 간부가 영상물을 준비한 부하 직원을 호되게 야단치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이날 국감은 경찰의 공안사범 관리시스템 공개 문제를 두고 한때 정회되는 진통을 겪었다. 민주당 최규식 의원은 "경찰이 지난해 촛불시위 참가자를 조사할 때 가족의 공안 관련 전과기록을 조회하고 이를 법원 증거자료로 제출하기까지 했다"며 "경찰이 관리하는 공안사범 관리시스템의 실체와 관리 대상 명단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최 의원은 "(행안위 의원인) 민주당 강기정,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은 물론, 한일회담 반대 시위를 했던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기록도 보관되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고, 강기정 의원도 "내 정보를 관리하고 있는지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경찰이 민주당 측 요구에 난색을 표하면서 국감 오후 일정은 잠시 파행을 겪었다. 강 청장이 "공안 기록이 법원에 제출된 것은 실무자의 실수이고, 자료 공개는 관련 규정상 법무부가 주관하는 자료관리협의회 승인을 거쳐야 한다"고 말하자, 최 의원은 공안사범 관리시스템이 2000년 폐쇄됐다는 노환균 서울 중앙지검장의 국감 발언을 언급하며 "자료 관리ㆍ운용 주체가 사실상 경찰 아니냐"고 압박했다.
결국 여야는 1시간 가량 정회하고 협의한 끝에 경찰이 추후 자료를 제출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으고 국감을 속개했다.
일부 의원은 최근 경찰 간부 인사에 지역 편중 현상이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최인기 의원은 경찰청 및 수도권 지방경찰청 정보부서에 근무하는 과장급 이상 간부의 출신 고교를 분석해본 결과 영남이 34명으로 호남 14명보다 2배 이상 많았다면서 "대통령과 경찰청장의 출신지(경북)와 관계 있는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한나라당 장제원 의원은 최근 3년간 총경 이상 승진자 390명의 승진 당시 근무지가 경찰청 113명(29%), 서울 지역 123명(31.5%)으로, 지방 근무자들이 승진 기회에서 소외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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