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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호, 4강 실패했지만 강렬한 인상/ 초보감독+무명용사 "희망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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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호, 4강 실패했지만 강렬한 인상/ 초보감독+무명용사 "희망을 보았다"

입력
2009.10.12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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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호'가 이집트에서 '한국 축구의 희망'을 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청소년 축구 국가대표팀(20세 이하)은 9일 밤(이하 한국시간) 수에즈 무바라크스타디움에서 벌어진 가나와의 2009 이집트 청소년 월드컵 8강전에서 2-3으로 분패, 26년 만의 4강 진출이 무산됐다. 그러나 청소년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 이후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최하는 각급 대회 중 최고 성적을 내며 '세계 축구의 장벽을 뛰어 넘을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줬다.

'초보 사령탑 '홍명보 감독이 '무명 용사'를 이끌고 만들어낸 결과라는 점에서 더욱 값진 의미를 지닌다.

홍 감독은 사령탑으로서 처음 나선 큰 국제 대회에서 자신 만의 확연한 색깔을 드러내며 '명장'으로 성장할 잠재력을 과시했다.

카메룬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0-2로 패하자 베스트 11의 절반 가까이를 바꾸는 용단을 내렸고 이 같은 전술 변화가 적중, 독일과의 조별리그 2차전(1-1)에서 우세한 경기를 펼치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이어 미국(3-0), 파라과이(3-0)에 잇달아 대승을 거두며 이집트에 '한국 축구 돌풍'을 몰고 왔다.

특히 김민우(연세대)를 활용한 용병술은 세계적인 명장에 견줘도 손색이 없는 것이었다. 홍 감독은 왼쪽 풀백으로 카메룬전에 결장한 김민우를 독일전에 왼쪽 날개로, 파라과이전에서는 처진 스트라이커로 기용해 세 골을 뽑아내게 했다. 1983년 멕시코 대회에서 신연호가 기록한 FIFA 단일 대회 최다골(3) 기록과 타이를 이룬 김민우는 172cm의 작은 체구지만 탁월한 전술 소화력과 골 결정력을 과시하며 일약 한국 축구 최고의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짧은 시간에도 불구, 탄탄한 조직력을 갖추게 한 점도 홍 감독의 리더십을 돋보이게 한다. 아시아청소년선수권대회(19세 이하)부터 팀을 이끌었던 청소년 대표팀의 전임 지도자와 달리 홍 감독은 지난 2월 조동현 감독으로부터 바통을 넘겨 받아 상대적으로 선수를 파악하고 조직력을 갖출 시간이 부족했다. 그러나 홍 감독은 빠른 공수 전개를 기본으로 하는 '홍명보식 컴팩트 축구'로 오래간만에 한국 축구의 자존심을 드높였다.

'스타 부재'를 극복한 점도 높이 평가할 만 하다. 이동국(1999년), 정조국(2003년), 박주영(2005년), 이상호(2007년) 같은 스타 플레이어의 부재가 약점으로 지적됐지만 홍 감독은 김민우, 김보경(홍익대) 박희성(고려대) 같은 '무명 대학생'을 주축으로 훌륭한 승부를 펼쳤고 이들은 한국 축구의 미래를 이끌 대들보감으로 등장했다.

홍 감독은 앞으로 올림픽 상비군 사령탑으로서 2012년 런던 올림픽 본선을 대비한다. 오는 12월 창원에서 열리는 일본과의 올림픽 대표팀 친선 경기를 시작으로 재출범하는 '올림픽 홍명보호'가 이집트에서 일으켰던 돌풍을 이어가며 축구팬들에게 또 다시 자긍심을 줄 수 있을지 기대된다.

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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