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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가 정재호 개인전/ 잊혀져 가는 아버지 세대로의 시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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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가 정재호 개인전/ 잊혀져 가는 아버지 세대로의 시간여행

입력
2009.10.12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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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가 정재호(38)씨는 낡고 오래된 것을 주제로 꾸준히 작업하는 작가다. 사라질 위기에 놓인 오래된 아파트와 건축물을 다큐멘터리처럼 기록해오던 그가 이번에는 잊혀져가는 아버지 세대의 이야기들을 한지 위에 불러냈다. 서울 신사동 갤러리현대 강남에서 열리고 있는 그의 개인전 '아버지의 날'은 사라져버린 역사 속 공간과 사물을 새롭게 해석한 작품들로 꾸며졌다.

일본식 건축물인 조선은행 군산 지점, 6ㆍ25의 상처를 간직한 강원도 철원의 노동당사 벽면, 경부고속도로 개통식, 1980년 5월의 전남도청 등 굵직한 역사를 담은 사진들을 토대로 했지만, 그림 속 이미지들은 작가에 의해 편집된 가상의 공간이다. 한지 위에 목탄과 아크릴 물감으로 뿌옇게 그려진 그의 그림 속 공간들은 모두 폐허처럼 공허하고 황량하다.

'종점'은 실미도 사건 때 군인들이 탈취한 버스가 자폭했던 유한양행 건물과 낡은 버스, 실미도에 있던 군사훈련시설을 한 화면에 담아냈다. 이념의 극한 대립이라는 당시의 정치적 상황이 만들어낸 비극적 결말을 상징하는 풍경이다.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을 소재로 한 '무진'은 여순사건과 1970년대 여수 밀수사건과 관련된 세관건물, 순천에 있는 드라마세트장 등을 조합해 당시의 사회상을 전달한다.

전시 제목과 같은 작품'아버지의 날'에서는 기무사 건물과 5ㆍ16혁명재판소를 가상의 다리로 연결시켰고, 광화문에 있던 국제극장을 되살린 '인터네셔널'에서는 전후의 불안한 시대상을 담은 영화 '오발탄'의 간판을 볼 수 있다.

한국 현대사를 품은 정씨의 풍경화들은 과거와 단절된 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25일까지. (02)519-0800

김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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