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중ㆍ일 3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3국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논의가 다시 꿈틀대고 있다. 3국 정상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한 목소리로 한ㆍ중ㆍ일 3국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필요성을 주창하고 나섰다. "FTA 추진을 민간에서 정치적 차원으로 격상시키고 3국 투자협정을 먼저 내년에 성립시켜야 한다"는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의 제언에 이명박 대통령은 "될 수 있는 것부터 해 나가자"고 화답했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도 "3국 FTA 추진을 위해 정부와 산업계가 공동으로 함께 참여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는 선언적 성격이 짙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3국간 FTA 체결 논의가 진전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한국ㆍ일본과 달리 중국은 매우 이질적인 경제구조 탓에 불확실성이 산재해 있는 상황. 더구나 3국간 FTA가 체결 논의가 진행이 된다면, 한국과 일본에서 농업에 대한 막대한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다만, 하토야마 총리가 언급한 것처럼 일단 내년까지 3국 투자협정을 맺는 등 낮은 단계에서부터 3국간 FTA 협상에 접근하는 방식은 비교적 현실적이다. 정성춘 대외경제연구원(KIEP) 일본팀장은 "일본 기업들이 중국에 투자할 때 투자 보장과 본국으로의 과실 송금 등을 제도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투자협정 체결은 일본이 오래 전부터 주장해 온 사안"이라며 "3국간 FTA야 아직 요원한 일이지만 이런 낮은 단계의 협정을 통해 경제 구조의 간극을 조금씩 메워 나가는 것이 순서"라고 말했다.
한ㆍ중ㆍ일 3국간 FTA 못지 않게 한ㆍ중, 한ㆍ일 양자간 FTA도 요원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래도 주목할 만한 것은 정상회의를 계기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천더밍(陳德銘) 중국 상무부장이 통상장관 회담에서 '한중 경제통상 협력비전 보고서'에 서명하고 한ㆍ중 FTA의 체결을 검토하기로 했다는 점. 지금까지 우리나라 최대 교역 및 투자 대상국인 중국과의 FTA는 그 막강한 파급력 탓에 좀처럼 진전이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적잖은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여전히 "중국산 농산물과 공산품에 대한 공포감을 감안하면 여전히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지만, 그래도 일단 양국한 FTA 협상 개시 선언으로까지는 이어질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기대 섞인 전망도 조심스럽게 흘러 나온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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