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격동 학고재갤러리 옥상에 못보던 조각 하나가 자리를 잡았다. 원색의 산업용 페인트를 군데군데 칠한 스테인레스 스틸 뼈대들이 서로 만나 변화무쌍한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이 작품의 제목은 '아라비안나이트'. 신문로 흥국생명 본사 로비를 가득 채우고 있는 40m 길이의 대형 설치 작품 '당신의 긴 여정'으로 알려진 네덜란드 작가 프레 일겐(53)의 신작이다.
일겐이 8년 만에 한국에서 여는 개인전'고요하고도 자유로운 비상'에는 나무 혹은 손을 그린 회화 26점과 다양한 형태의 설치작 18점이 나와 있다. 천장에 걸리거나 바닥에 세워지거나 벽면을 타고 흐르는 조각들의 형태와 색채는 전시 제목과 달리 상당히 역동적이다.
일겐은 자신의 작업을"자연과 인간의 몸 속에서 끄집어낸 다이나믹한 요소를 추상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관람객들이 그 조각을 만지고 경험하면서 고요함과 자유로움을 느끼기를, 또 각자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갖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들을 들여다 보면 금속에 이가 빠져 있기도 하고, 붓질도 거칠다. 완벽한 삶이란 없기에 그 삶의 굴곡까지 표현하고 싶었다는 것이 일겐의 설명이다. 선불교와 도교 등 동양철학에 관심이 많은 그는 이우환을 존경하는 작가로 꼽기도 했다. 11월 8일까지. (02)739-4937
김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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