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시작돼 일주일 동안 진행된 2009년 국회 국정감사가 구태를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정쟁으로 인한 파행으로 본연의 피감기관 감사 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는 등의 추한 풍경이 재연됐다. 특히 국회 교육과학기술위는 사흘 연속 파행을 겪어 최악의(워스트) 상임위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같은 국감의 장기 파행은 과거에도 거의 없던 현상이다.
이 때문에 상시 국감 체제 도입론이 제기되는 등 국감 개혁론이 확산되고 있다.
가장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것은 역시 여야 정쟁으로 인한 파행 사태다. 교과위는 정운찬 총리의 증인 채택 문제로 인해 7,8,9일 사흘 연속 정회 소동을 겪어 제대로 국감 활동을 하지 못했다.
민주당은 정 총리의 겸직 문제 등을 따지기 위해 증인 채택을 요구하고, 한나라당은 "정치공세"라고 반박하면서 양측은 내내 샅바싸움을 벌였다. 민주당은 "정당한 증인 신청을 막는 것이 정치공세"라고 맞섰고, 한나라당은 국감 파행 책임을 따지겠다며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의 증인 채택을 요구하기도 했다.
또 5일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의 문광부 국감에서는 여당과 정부가 국감 전에 대책회의를 가졌다는 이른바 '국감 사전 모의 의혹'을 둘러싼 여야의 공방으로 정회 소동이 빚어졌다.
여야의 정략적 힘겨루기로 인한 국감 파행에 대해 비판의 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내영 고려대 교수는 11일 "국감이 여야 정쟁의 무대처럼 되는 것이 재연되고 있다"며 "국감은 국회가 행정부를 감시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자리라는 본래의 취지를 국회의원들 스스로 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방 과정에서 고성과 막말이 오가는 것도 여전하다. 교과위의 설전 과정에선 "어차피 다 엉망" "국민은 정 총리를 XXX라고 본다" 는 등의 막말이 나왔다. 문방위에서는 의원들간에 반말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환경노동위의 7일 국감에서도 추미애 위원장과 한나라당 의원들간 "어느 위원장이 이렇게 하느냐" "무슨 조폭 집단도 아니고"라는 등의 공방이 벌어졌다.
피감기관의 고질적 행태도 반복됐다. 기획재정위의 관세청 국감에선 여야 의원들이 한 목소리로 "관세청의 자료제출 거부가 지나치다"고 공박했다. 의원들의 지적에 "유념 못하겠다""정신 멀쩡하다" 등의 발언으로 응수하거나 답변을 회피하는 등 기관장의 불성실한 태도도 반복됐다. 아울러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 의혹에 대해 한나라당 의원들이 두둔하는 등 여당의 정부 감싸기 행태도 일부 재연됐다.
강원택 숭실대 교수는 "국감이 정치 쇼처럼 단기간에 이뤄져서는 안되며 상시국감 체제로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계속 수박 겉핥기식 감사를 할 수는 없다"면서 "위원회별로 국감 시기를 달리 하는 등의 여러 대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정쟁 소재가 적었던 지식경제위나 국방위 등은 상대적으로 우수한 국감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들 상임위는 정시에 회의를 시작해 정책질의에 집중하고 있다.
정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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