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서라벌대 부정입학사건은 교육기관이 한 일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충격적이다. 이 학교는 최근 3년간 신입생 700여명의 입시원서를 위ㆍ변조, 당사자도 모르게 학과를 바꾸는 방식으로 정원을 채워온 것으로 드러났다. 수년 전 대형 교비횡령사건이 터졌고, 입시비리 무마과정에서 총학생회장과 사이비기자들에게 금품ㆍ향응을 제공한 적도 있는 대학이다. 서라벌대와, 재단이 같은 다른 대학은 설립자의 아들과 부인이 각각 총장이다. 구조와 행태에서 부실족벌사학이 보여줄 수 있는 부정적 요소를 종합적으로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 특히 사학의 상당수는 교육기관으로서의 존재이유를 상실한 지 오래다. 대학 총정원이 이미 고교 졸업자수와 엇비슷해진 상황에서 부실대학들은 정원 채우기에도 허덕이고 있다. 이러니 고교에 대한 금품ㆍ향응 살포나 무자격 외국학생들 유치 등의 일들이 만연하고, 교수들은 수업 대신 학생모집 세일즈에 무더기 동원되는 상황이다. 서라벌대사건도 크게 보아 같은 맥락이다. 이런 대학들에게 교육의 질 따위를 논하는 것은 민망하기 이를 데 없는 일이다.
국민교육 성격의 중등교육까지는 그렇다 해도 대학의 경우는 어느 정도 시장원리에 맡기는 게 방법이다. 운영능력이 안 되고 학생들이 외면하면 교육시장에서 퇴출되는 것이 마땅하다. 그게 똑같이 비싼 등록금을 물어야 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을 부실교육으로부터 보호하는 길이다. 실제로 정원 미달 뿐 아니라, 재학생 등록률이 70%도 안 되는 사립대학이 전체의 20%가 넘는 현실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등록 원인의 상당 부분이 입학 후의 실망 때문임은 물론이다.
그렇지 않아도 교육과학기술부는 올 들어 부실사립대에 대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재정 건전성과 정원 충원율을 기준으로 자격 미달인 대학들은 합병, 폐교로 유도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해당 대학은 반발할 테지만 분명한 원칙 하에 가차없는 구조조정 추진을 당부한다. 부실사학에 대한 온정적, 타협적 처리는 교육수용자들의 피해와 직결됨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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