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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순의 다시 가본 한국의 오지] 밀양 정승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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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순의 다시 가본 한국의 오지] 밀양 정승마을

입력
2009.10.12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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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 이라…. 저 골짜기를 건너 산 능선으로 올라 계속 가시오." 나무하던 노인이 알려준 외줄기 산길을 타고 반나절을 걸어 올라 갔었다.이십여년전 여름에 찾아갔던 그곳에는 깨진 뚝배기 같은 초가집 사이로 수정 처럼 맑은 개울물이 흐르는 그림 같은 마을이 자리잡고 있었다.

타임머신을 타고 백년전 으로 거슬러 간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했던 정승마을은 표충사와 얼음골 로 유명한 경남 밀양시 단장면 구천리의 깊고 깊은 산속에 있다.옛날 정승이 병든 왕자를 데리고 와 살았다 하여 이름 지어진 이 동네에는 '전기는 몰라도 어떻게 비상전화라고 가설 되는 것이 소원'이던 순박한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지난 월요일 정승마을을 다시 찾아 갔다. 차 한대가 갈수 있는 비포장 도로를 따라 십 여리를 쉽게 올랐다. 마을 모습은 달라졌지만 변하지 않고 맑게 흐르는 개울물에는 크고 작은 물고기들이 가을 햇살에 반짝이며 헤엄치고 있다. 그 옛날 초가집 앞에서 빨래하던 소녀가 생각 난다.

"밀양에서 살다가 정승골로 들어 간다니까 아무도 없는 산속에는 무엇 하러 가느냐며 눈달리고 코달린 사람들은 다 말렸어, 내가 개 두 마리 데리고 이곳에 오니까 사람들이 떠나 텅 빈 집에서 염소들이 주인 행세를 하고 있더라고…." 1996년에 여기에 터를 잡았다는 조선희(60)씨는 1987년에 취재한 사진에 나오는 주민들을 찾자 모두 마을을 떠나 아무도 없다고 전한다. 세시간 반을 걸어서 표충사 로 가 쓰다 남은 초를 구해와 밤을 밝히며 7년 이상을 살았다는 아주머니는 멧돼지와 영역 다툼을 하며 살던 때가 바로 십 여전 일이라고 이야기 한다.

인적이 끊겼던 이곳에 2001년 전기가 들어오자 사람들이 몰려 들기 시작 했다. 조상들이 6대에 걸쳐 정승골 에 살았다는 최창식(48)씨는 땅을 사들인 외지사람들이 골짜기 여기저기에 대궐 같은 집을 짓고 팬션을 운영 하며 살고 있다고 말한다. 등산 왔다가 발견한 '물 맑고 경치 좋고 거기다 인심까지 좋은'이 마을이 너무 마음에 들어 일년에 두 세 번씩 친지들과 찾아 온다는 부산사람 이영지(58)씨는 아직 까지 이런 곳이 남아 있는 것을 신기해한다

땅이 넉넉해도 농사지을 사람이 없어 걱정 이던 마을 .식량과 비료는 지게로 져 날라야 했고 장을 보려면 하루를 잡아도 빠듯 하던 곳. 염소조차 산속이 겁이나 크게 울지 못하던 산골이 이제는'정승대감이 살았던 산좋고 물좋은 곳'으로 소문나 도시인들이 가고 싶어하는 살맛 나는 오지로 변해 있었다.

신상순 편집위원 s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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