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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근 재계팀장의 글로벌 라운지] 펩시 CEO 인드라 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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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근 재계팀장의 글로벌 라운지] 펩시 CEO 인드라 누이

입력
2009.10.12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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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펩시에 대해 더 이상 신경 쓸 필요를 못 느낀다."

코카콜라는 1996년 미국에서 시장 점유율 42%를 기록, 펩시(31%)를 크게 앞지르자 이렇게 선언했다. 당시 언론들도 모두 "100년 콜라 전쟁에서 코크가 펩시를 이겼다"고 판정했다.

그러나 12년이 지난 2008년 펩시의 매출액은 433억달러에 달한 반면 코카콜라의 매출액은 319억달러에 머물렀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펩시의 대 역전 드라마를 설명하는 데는 인도 출신 여성 경영인인 인드라 누이를 빼 놓을 수 없다. 인도에서 대학을 나온 예일대 경영학 석사 출신으로 보스턴컨설팅그룹과 모토로라 등을 거쳐 1994년 펩시에 합류한 그는 코카콜라에게 당한 모욕 이후 펩시의 변화를 주도했다.

그는 우선 자회사인 피자헛, KFC, 타코벨 등 외식 사업 부문을 과감하게 매각하는 데에 앞장섰다. 핵심 역량과 기업 문화가 다르다는 판단에서였다. 이처럼 외식 사업 부문에서 손을 떼자 펩시를 경쟁사로 여겨 음료 구매를 꺼리던 맥도날드나 버커킹 등 다른 외식업체로의 판로가 더 커지는 예상치 못했던 효과가 생겼다.

인드라 누이는 대신 웰빙 트렌드에 맞춰 98년 주스 업체 트로피카나, 2001년 게토레이를 보유한 퀘이커오츠를 인수했다. 탄산음료가 비만의 주범으로 몰려 갈수록 시장이 위축될 것으로 예측하고, 새롭게 성장할 시장을 선점키로 한 것이다.

대형 스낵 회사로는 처음으로 2003년부터 모든 제품에서 트랜스지방을 제거한 것도 그의 결정이다. 마케팅도 젊은 층에 특화, 웹사이트와 뉴미디어를 적극 활용했다. 인력 구성 등에서도 다양성을 추구했다. 이러한 변화를 주도한 공로로 인드라 누이는 2001년 재무최고책임자(CFO)를 거쳐 2006년에는 CEO로 선임된다. 포춘은 이후 그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여성으로 4년 연속 선정하고 있다.

펩시의 성공은 역설적이지만 결국 12년전의 패배가 밑거름이 된 셈이다. 반면 1등 기업의 자만은 기존의 시장에 안주, 더 큰 성장의 기회를 놓치는 결과로 이어졌다. 지난 1년 금융위기 과정에서 몰락한 세계 1등 기업 GM과 AIG에서도 발견되는 진실이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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