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딩다운 재킷 한 장 없으면 간첩 소리 듣기 딱 좋겠다. 10월 중순이라는 시기가 무색하게 따뜻한 날씨로 패션 업체들의 시름이 깊지만 품목이 패딩다운 재킷이라면 문제는 다르다.
아웃도어 라이프를 즐기기에 딱 좋은, 쾌청한 날씨가 계속되는 만큼 산에 가거나 자전거 탈 때 가볍게 걸칠 수 있는 패딩다운 재킷의 가을 시장 점령은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다.
스포츠브랜드 뉴발란스 마케팅담당 안영은씨는 "패딩다운 재킷이 젊은 층들 사이에선 가장 핫(hot)한 패션 아이템으로 등극했다"며 "우리도 올해 물량을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늘렸지만 타 브랜드들 역시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3배나 증가시켰다"며 "올해 패딩다운 재킷 전체 판매량은 400만장을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판매 추정치가 400만장이면 할인율을 감안한 평균가를 15만원만 잡아도 6,000억원대에 이르는 거대 시장이다. 아웃도어 업체는 물론, 스포츠의류 업체들까지 가을 문턱을 넘기 무섭게 대대적인 판촉전에 나선 이유다.
패딩다운 재킷은 재킷 안에 거위털이나 오리털 충전재를 넣고 누벼 환절기부터 한겨울까지 입을 수 있는 실용 아이템이다. 뛰어난 보온성과 활동의 자유를 만끽하게 해 주는 초경량성 등으로 아웃도어 라이프의 필수품으로 등극했다.
여기에 박음질 선을 이용해 올록볼록 리듬감을 만들어 내는 세련된 패션 감각, 척척 접으면 작은 소설책 크기로 가방 안에 쏙 들어가는 휴대 용이성까지 곁들여지면서 패딩다운 재킷은 기능과 패션을 함께 아우르는 똑똑한 패션 아이템으로 한껏 위상을 높이고 있다.
■ 보온성과 초경량은 기본, 털 빠짐도 걱정 없다
이번 시즌에는 보온성과 초경량성은 물론, 기능성까지 3박자를 골고루 갖춘 제품이 많다. 특히 방풍투습 기능이 뛰어난 소재를 사용해 바람막이 기능을 강화하거나 마찰이 많은 부위에 내구성이 뛰어난 원단을 덧대 기능성을 향상시킨 제품이 출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아이더의 '윈스톤' '웬디' 제품이 대표적. 윈드스토퍼 소재를 사용해 방풍투습성과 보온력을 높였고 마찰이 많은 어깨 부위에 내구성 원단을 덧댔다. 33만원.
높은 필파워(fill power·다운 팽창력)의 슬림형 제품이 대거 출시된 것도 특징이다. 필파워가 좋으면 접었다 펼칠 때 원 상태로 복원되는 능력이 탁월해 가방이나 배낭에 넣어 보관하다가 꺼내 입기가 좋다.
보통 필파워가 600 이상이면 우수한 것으로 평가되는데 K2의 마나슬루 시샤팡마 살바토르 다운 재킷은 800 이상의 초슬림형이며 코오롱스포츠의 '머큐리3.0' 다운 재킷은 700이다. 22만~25만원.
다운 의류의 최대 단점으로 지목되는 털 빠짐 현상도 대폭 보완됐다. 아이더의 '에반'과 '엘르' 제품은 털 빠짐 현상의 주 원인인 정전기와 봉제선 구멍을 막기 위해 고밀도 및 대전방지 소재를 사용하고 재봉선 사이에 추가로 안감을 덧대는 등 3중 털 빠짐 방지 기능을 갖췄다.
코오롱스포츠의 '발키리2.0'도 2중 다운 유출 방지 봉제 기술을 적용해 다운이 새지 않게 했다. 또 특허받은 테프론 가공과 정전기 방지 가공을 통해 때가 잘 타지 않고 정전기도 잘 발생하지 않는다. 스포츠 브랜드 헤드는 봉제하지 않고 접착하는 웰딩퀼팅(부봉제 접착) 공법을 전 제품에 적용해 다운 유출을 최소화했다. 15만9,000~25만원선.
■ 빨ㆍ주ㆍ노ㆍ초ㆍ파ㆍ남ㆍ보… 엣지까지
다운 재킷의 색상과 디자인도 훨씬 화려하고 다양해졌다. 줄줄이 늘어 놓으면 무지개를 만들 수 있을 만큼 화려한 색상은 기본이고 누빔선도 가로무늬 외에 사선무늬 물결무늬 세로무늬 등 브랜드마다 차별화한 디자인을 선보이면서 몸매를 보다 날씬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아웃도어 브랜드 아이더의 김연희 기획팀장은 누빔선은 패딩다운 재킷에 엣지를 가미하는 가장 중요한 디자인 포인트" 라고 말했다.
아이더의 '파비앙'은 몸매를 드러내 주는 프린세스 라인과 소매 배색 및 가슴 부위 포켓 삽입을 통해 차별화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펠리체'는 톤온톤(tone-on-toneㆍ 같은 계열색의 배색) 스타일에 가로 퀼팅선으로 상체를 보다 입체적으로 연출해 준다. 27만원대
케이스위스의 '그라데이션 다운 킷'은 색이 아래로 갈수록 짙어지거나 옅어지는 은은한 그라데이션 효과를 준 원단을 써서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또 케이스위스의 영문 로고를 타이포그래피를 활용해 그라데이션으로 처리해 미래적인 느낌도 살렸다. 24만8,000원.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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