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건설명가 재건을 이루며 건설업계 맏형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있다. 한때 4위(2007년)까지 떨어졌던 시공능력평가에서도 2003년 이후 6년만인 올해 1위 자리를 되찾았고, 매출이나 수주, 영업이익 등에서도 괄목할만한 성과로 제2 도약을 꿈꾸고 있다.
현대건설이 건설 종가(宗家)로 불리는 데에는 이런 경영 수치뿐 아니라 이 회사 출신들이 중견 건설사 최고경영자(CEO)로 자리를 옮겨서 제 몫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현대건설이 아닌 곳에서 '또 다른 중견 현대건설'을 키우고 있는 현대건설 출신 CEO들. 그들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중견 건설사를 지휘하다
중견 건설업체 ㈜한양은 9월 초 박상진 전 현대건설 전무를 주택ㆍ건축부문 사장으로 선임했다. 전남 영광 출신으로 한양대를 졸업하고 1976년 현대건설에 입사한 박 사장은 33년간 현대건설에서 근무하면서 건축사업본부 상무, 주택사업본부장 등을 지냈다.
강희용 전 현대건설 토목본부장은 4월에 LIG건설 신임 사장으로 선임돼 그동안 주택분야에만 주력했던 회사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토목과 플랜트, 해외 등 고른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76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30년 이상 토목 전문가로 근무해온 베테랑.
경남기업 김호영 사장도 현대건설 출신. 서강대 영문과를 졸업한 김 사장은 현대건설 부사장을 역임하고 반도건설 대표이사 사장을 거쳐 지난해부터 경남기업의 수장으로 활약 중이다. 이길재 동양건설산업 건설담당 사장도 전 현대건설 영업본부장 출신이며, 현대건설 건축사업본부 상무를 지낸 원현수씨도 코오롱건설 대표이사 사장을 지낸 뒤 지난해 일성건설 사장으로 자리 이동을 했다.
비건설 분야서도 두각
비건설업계에서도 현대건설 출신 CEO들이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안승규 한국전력기술 사장은 98년 현대건설 태국비료공장신설공사 파견 이사와 이란 사우스파 가스처리시설 공사 현장에서 상무와 전무를 역임한 뒤 2007년 플랜트사업본부 부사장으로 재직하다 올해 5월 한국전력기술로 자리를 옮겼다.
현대엘리베이터 송진철 사장 역시 73년 현대건설 입사 이후 기획실장과 홍보담당 상무 등을 거치며 20년 넘게 현대건설에 몸을 담은 '현대맨'이다. 정승일 지역난방공사 사장도 현대건설 발전사업부문장 출신이며, 김은상 삼정KPMG 부회장 역시 현대건설에 몸담은 바 있다.
인기 비결은
현대건설 출신이 건설업계나 타 업종에서도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시절에 빗대본다면 현대건설은 이명박 대통령이 회장까지 지낸 조직이란 점에서 그곳 출신들이 후광 효과를 보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정작 이들이 인기인 이유는 풍부한 현장 실무경험과 강력한 업무 추진력, 끈끈한 인적 네트워크, 위기를 기회로 바꾼 검증된 능력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견 건설사로부터 러브콜이 쏟아지는 데는 업계 최고 수준의 전문지식과 국내외 현장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 때문. 대부분 국내 주택부분 위주의 사업영역을 유지해온 중견ㆍ중소업체들이 최근 토목과 해외 수주 시장 강화에 나서는 움직임 역시 건설 사관학교인 현대건설에서 인재를 데려가는 추세에 한몫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타사 CEO로 자리를 옮긴 현대건설 출신들은 대부분 주택이나 토목, 해외 등 자기 전문 분야에서 베테랑이라는 평가를 듣고, 회사의 위기 극복과 성장에 크게 기여한 공통점들이 있다"며 "해외와 토목 분야를 강화하려는 중견ㆍ중소건설사들이 현대건설의 풍부한 네트워크와 업무 경험, 추진력을 필요로 하는 점도 현대건설 인사들의 '외도'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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