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차이나 파워'에 고개 숙이는 미국의 저자세 외교가 잇따르고 있다.
1주일 일정으로 5일 워싱턴을 방문한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는 기대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만남을 이루지 못한 채 발길을 돌리게 됐다. 오바마 대통령이 11월 방중에 앞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주석에게 '당혹감'을 줄 것을 우려, 회동을 연말로 미뤘기 때문이다.
외신들은 대이란 제재, 온실가스 감축, 불황 해소, 북핵 등 굵직한 현안이 놓여 있는 미국이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중국의 '눈치'를 본다고 분석한다. 중국의 막강해진 경제력이 불황탈출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지렛대'라는 미 경제인들의 공감도 미국을 작게 만드는 이유이다.
미 공영라디오방송(NPR)은 9일 "달라이 라마 사례는 워싱턴에 드리워진 중국의 영향력이 날로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며 "미국은 중국을 난처하게 할 정책을 추진하는데 주저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저자세는 달라이 라마사례에 국한되지 않는다. 로이터 통신은 "오바마 행정부가 오는 15일 의회보고를 앞두고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할 지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이라고 6일 보도했다.
중국이 위안화를 40%까지 평가절하해 무역 불균형의 원인을 만든다며 미 노동계와 재계가 꾸준히 '환율 조작국' 지정을 요구해 왔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쉽게 이들의 요청을 들어주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AFP통신도 최근 중국의 건국 60주년 관련 기사에서 "중국은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취임 이후 가장 먼저 찾은 나라 4곳 중 하나일 정도로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11월 아시아 순방에 나서는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에서만 이례적으로 3박4일의 장기일정을 갖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공화당 의원들이 "중국을 두려워하는 미국의 움직임은 히말라야 지역(티베트)을 옥죄는 백지수표를 써주는 것과 같다"고 말하는 등 중국의 인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가운데, 오바마 정부의 저자세 외교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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