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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너무 늦으면 역사가 심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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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너무 늦으면 역사가 심판한다

입력
2009.10.12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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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10월 7일은 옛 동독, 독일민주공화국이 건국한 지 40주년이 되던 날이었다. 당시 폴란드 헝가리 체코 등 동구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서기장의 개혁(페레스트로이카)과 개방(글라스노스트)정책의 영향으로 거센 변혁의 물결이 몰아쳤다. 그러나 동독 수뇌부는 민중의 변화 요구를 묵살했다.

변혁 거부한 동독의 몰락

그 해 여름부터 동독인 수천 명이 폴란드 헝가리 체코 등의 서독대사관에 진입하여 망명 허용을 절규했다. 이들 사회주의 형제국은 동독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서독 행을 허용했으나 동독 정부는 귀를 닫고 있었다. 이에 라이프치히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개혁을 외치며 거리로 나선 동독 인민의 구호는 간단명료했다."우리가 국민이다"이었다. "노동자와 농민, 즉 인민이 주인인 인민민주주의를 표방하고 건국한 동독에서 우리는 굴종과 억압, 착취를 강요당하면서 살아왔다. 주인이 아니라 노예였다, 그러나 우리가 진정한 나라의 주인이다. 이제 자유와 민주주의를 누리면서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것이었다.

동독 건국4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동베를린을 방문한 고르바초프는 호네커 동독 공산당서기장과의 정상회담 연설에서 "삶은 아주 늦게 오는 자를 벌할 것"이라며 변혁을 촉구하였다. 이에 맞서 호네커는 동베를린의 막스ㆍ 엥겔스 광장에 100만 군중을 동원해 거대한 횃불집회를 열고 "독일민주공화국은 앞으로 100년 더 지속할 것"이라며 흔들림 없는 공산당 독재를 천명하였다.

그러나 한달 뒤 베를린 장벽은 붕괴되었고, 동독은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졌다. 호네커 자신은 망명과 송환 및 재판, 다시 망명을 거쳐 이국 땅에서 최후를 맞았다. 역시 변화를 거부한 루마니아의 차우체스쿠는 군중 봉기와 쿠데타 와중에 총살 당했다.

통일된 독일에는 지금 북한인 수백 명이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의 상당수는 사회주의 형제국 동독이 왜 무너졌는지, 어떻게 하면 동독과는 다른 길을 갈 수 있을까 살펴보고 있을 것이다. 지난 20년간 북한은 우리 이상으로 독일식 통일을 연구, 분석하였을 것이다. 북한 수뇌부는 "우리는 결단코 동구 사회주의 국가의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그러나 자유와 민주주의, 복지는 보편적인 가치다. 오늘날 모든 국가, 모든 국민이 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공산혁명을 일으켰던 사회주의 종주국 소련, 나치 게슈타포의 전통을 이은 비밀경찰 슈타지의 철통 같은 감시 속에 있던 동독, 폴란드, 헝가리, 체코슬로바키아, 루마니아의 주민들도 이 길에 동참했다. 심지어 공산당 독재를 고수하는 중국도 그 길로 다가가고 있다. 인간으로 태어나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요구는 어떠한 이념과 가치로도 억누를 수 없는 인간의 기본 욕구이고 권리이다.

이러한 역사의 대세에서 북한 주민만 예외가 될 수 없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인민이 주인으로서 대접받지 못하고 자유로운 의사표명의 기회를 박탈당하면서 가난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면, 그들 역시 언젠가는 인간답게 살 권리를 반드시 주장하게 될 것이다.

북한도 역사 흐름 동참을

남북한이 상생 공영하면서 평화로운 통일을 준비하는 것이 우리 민족에게 가장 소망스러운 일이다. 북한 당국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그들의 주장대로 인민을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자유 민주 복지 등 인류 보편적 가치를 북한 주민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남한과의 협력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핵 문제, 경제난 등 헤쳐가야 할 난제들에 첩첩이 둘러싸인 북한 당국이 같은 민족으로서 함께 문제를 풀어가기를 기대한다.

손기웅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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