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금시설에서의 고문이나 잔혹행위를 예방하기 위해 인권기구의 구금시설 사찰을 보장하는 유엔 의정서 비준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가인권위원회는 8일 서울 을지로1가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유엔고문방지협약 선택의정서 가입을 위한 국제심포지엄'에서 이 같이 밝혔다. 우리나라는 1995년 '고문방지협약'에 가입했으나, 협약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2002년 유엔이 채택한 선택의정서 비준에는 아직 주저하고 있다.
현재 영국, 덴마크 등 50개국이 가입한 선택의정서의 핵심은 독립적 인권기구가 구치소나 유치장 등 모든 구금시설에 대해 사전예고 없이 방문하고 구금환경 정보에 대해 무제한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구금시설을 직접 관리하는 법무부, 국방부, 경찰청 등은 '기밀유출' 가능성을 이유로 비준동의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2006년 인권위가 두 차례 정부에 고문방지협약 선택의정서 비준을 촉구했으나 번번히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도 이들 기관의 반대 때문이다.
심포지엄 참가자들은 "한국이 인권선진국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고문방지협약 선택의정서 비준을 서둘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실비아 캐살 전 유엔 고문방지소위원회 위원은 이날 행사에 참가해 "현재 아시아에서는 뉴질랜드, 캄보디아 등 5개국만이 의정서에 비준했다"라며 "한국의 인권수준을 외부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조언했다.
정경수 숙명여대 법대 교수는 "최근까지 우리나라 구치소와 불법체류 외국인 수용시설 등에서 각종 인권유린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인권위의 사후권고 방식을 넘어서 사전예방법으로서 정기사찰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