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실 통계청장에게 지난 9월 1일은 특별한 날이었다. 15회째인'통계의 날'이 법정기념일로 승격 지정된 이후 처음 맞는 잔칫날인 이 날 그는 부처 면모를 일신했다. '생활 속 단비와 같은 통계'를 모티브로 사람과 그래프를 형상화한 CI를 만들고, 'Korea National Statistics Office'라던 길고 촌스러운 부처 영문이름도 'Statistics Korea'로 바꿨다. 더불어 통계청이 입주한 대전 정부청사 인근에 건립한 통계센터도 이 날 문을 열어 통계교육원 통계개발원 등 전국에 흩어져 있던 식구들을 한 자리로 불러모았다.
▦ 지난 5월 최초의 여성, 또 최초의 민간출신 청장이라는 기록과 기대와 함께 취임한 그로선 감회가 남달랐을 것이다. 짧은 기간이나마 관료사회의 생리를 체득했고 국회의 시달림을 받는 기관장의 애환도 맛보면서 마침내 정책인프라가 되는 명품통계를 만들 채비를 갖췄으니 말이다. 여전히 부처 별로 관련 통계를 관리하려는 습성과 관행이 남아 있어 세계적 트렌드인 국가통계의 통합관리로 가는 길은 멀지만 외부발탁 기관장의 취지와 명성에 걸맞게 통계의 품질관리가 뭔지 보여주겠다는 의욕을 가질 만하다.
▦ 그에겐 당면한 과제가 있다. 통계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공동으로 오는 27~30일 부산 벡스코(BEXCO)에서 개최하는 '제 3차 OECD 세계포럼'을 성공적으로 치러내는 것이다. 이 포럼은 OECD가 선진국과 저개발국을 아우르는 발전지표를 개발하고 발전 촉진의 토대를 마련하기 2004년 창설한 글로벌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올해 주제는 'Beyond GDP'. 환경 의료 교육 등 삶의 질을 나타내지 못하는 현행 GDP를 대신할 수 있는 발전측정 지표와 지속 가능한 비전을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 이 청장은 9월 중순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에 의뢰한 행복 GDP 연구결과를 발표한 소르본대 연설에도 다녀왔다. 통계청이 엊그제 이런 논의와 성과를 바탕으로 11월까지 주거 고용 환경 등 다양한 영역에 걸친 '국민 삶의 질 지수'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세계적 석학들도 고민하는 문제에 도전해보겠다는 이 청장의 야심찬 포부로 들린다. 그는 내년 말 실시되는 인구 센서스에 거는 기대가 크다. 국민통계의 질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풍부한 자료를 축적할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른바 '이인실 실험'은 계속된다.
이유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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