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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주민증 변조 급증 '술집 가려다 감방 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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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주민증 변조 급증 '술집 가려다 감방 갈라'

입력
2009.10.12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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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등록증에서 바꾸고 싶은 숫자를 먼저 칼로 살살 긁어내요. 그 다음 원하는 숫자를 입혀야 하는데, 모 학습서 뒤에 붙은 가격표가 제일 잘 돼요. 가격표 바코드에 적힌 숫자 중 원하는 것을 골라 칼로 살짝 긁어내 미용 풀로 주민등록증에 붙인 뒤 손코팅 필름을 입히면 감쪽같아요."

서울 강남 지역의 고교 3년생 A군(18)이 털어놓은, 고교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주민등록증 변조 방법'이다. A군 자신이 학생들 사이에서 '기술자'로 통한다고 했다. 그가 변조해준 주민등록증만 가지고 있으면, 미성년자인 친구들이 담배도 쉽게 사고 술집도 마음 놓고 드나들 수 있다는 것이다. A군은 "1건 변조하는데 2, 3만원 정도 받는데, 다른 애들도 방법은 알고 있지만 내가 실력이 좋아서 의뢰가 종종 들어온다"며 우쭐해 했다.

고교생들 사이에서 담배 구입, 술집 출입 등을 위한 주민등록증 변조가 암암리에 활개치고 있다. 특히 변조 수법이 과거 볼펜으로 덧칠하던 조악한 수준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해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아채기 어려워 다른 범죄에 악용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주민등록증을 변조하는 이들은 주로 수능시험을 한 달여 남겨둔 고3 학생들. 대부분 만18세인 이들은 한 살 차이로 술 담배가 자유로운 '성인' 대우를 받지 못하다 보니 수능이 끝난 뒤의 자유를 만끽하기 위해 일찌감치 변조에 나서는 것.

서울 송파구 모 고교 3학년인 B군은 "'미짜(미성년자)' 단속을 피하기 위해 주민등록증 번호를 성년 나이로 바꾸는 애들이 한 반에 최소 10명은 된다"며 "변조한 주민등록증으로 술집 나이트클럽 등을 문제 없이 출입할 수 있는지를 놓고 애들끼리 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양천구 모 고교 3학년인 C군도 "지난해 고3들의 경우 1990년생을 89년생으로 숫자 두 자리를 고쳐야 했지만, 올해는 91년생이 90년생으로 한 자리만 고치면 돼 변조가 더 느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별다른 죄의식 없이 너도나도 주민등록증 변조에 가담하고 있지만, 이는 형법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는 공문서 위변조죄에 해당한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한층 정교해진 10대들의 주민등록증 변조 실력이 자칫 큰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신분을 속이는 각종 사기 사건에서 주민등록증 위변조는 빠지지 않는 요소다. 지난달 광주에서는 40대 남성이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40만원을 주고 매형의 주민등록증을 위조한 후 매형의 예금계좌에서 5억5,000만원을 가로챈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주민등록증 위변조 사범은 2006년 374건, 2007년 387건, 2008년 410건 등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플라스틱 주민등록증이 위변조하기 쉬운 부분이 있다"며 "2012년부터 주소가 도로 중심으로 바뀌는 것에 맞춰서 주민등록증을 교체할 예정인데, 어떤 형태와 재료의 신분증을 도입할 것인지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k.co.kr

박철현 기자 k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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