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후배가 프랑크푸르트로 떠날 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북 디자이너인 그에게 해외 도서전 참가는 꿈이었다. 지금은 콧노래를 부르며 기대에 부풀어 있지만 출장이 결정된 한 달여 전만 하더라도 그는 마음놓고 기뻐하지도 못했다. 외국 여행이라면 일본 밤도깨비 여행 두어 번이 전부였으니 그럴 만도 했다. 바다 하나를 사이에 둔 일본과 달리 독일은 심정적으로도 너무 먼 이국이었다.
그와 비슷한 처지였던 우리 막내는 좀 달랐다. 승무원인 둘째에게도 좀 멀다 싶은 두바이. 값싼 항공을 찾다보니 경유와 환승은 기본이었다. 한번도 환승을 해본 경험이 없는데도 별 걱정하지 않았다. 부딪히면 다 해낼 수 있다며 자신만만했다. 제일 먼저 그애는 백화점으로 달려갔고 빨간색 트렁크 두 개를 샀다. 제대로 비행기는 갈아탔는지, 엉뚱한 곳에서 헤매고 있는 건 아닌지 가족이 걱정이 컸지 그애는 넉 달 후 다시 그 빨간 트렁크를 양손으로 끌며 서울에 나타났다.
니캅으로 얼굴만 가리지 않았달 뿐 반 두바이 여자가 다 되어 있었다. 그 둘의 모습에서 얼마 전 보았던 강원도 산골 마을의 노부부 모습이 겹쳐졌다. 대처(大處)로 나가자는 아내의 성화에도 남편은 귀기울이지 않았다. 남편의 대처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 대처로 후배가 한 발 내딛는다. 고민 끝에 후배는 결국 여자친구와 동행하기로 했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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