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내년부터 초ㆍ중학생 학력 수준을 평가하기 위해 매년 실시하는 일제고사를 모든 학생들이 치르는 전수(全數) 대신 일정 비율만 보는 표집 방식으로 바꿀 방침이다.
이는 전수 평가 방식이 학교간 점수 경쟁을 부추겨 개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일본 처럼 일제고사 전수 평가를 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향후 평가에서 표집 방식으로 변경할 지 여부가 주목된다.
가와바타 다쓰오(川端達夫) 일본 문부과학성 장관은 9일 초등 6학년, 중 3학년을 대상으로 매년 4월 실시하는 전국 학력ㆍ학습상황조사(일제고사)에 대해 "개별 학교가 성적 경쟁만 해서는 의미가 없으며, 지역의 교육수준을 균등화하고 향상한다는 일제고사의 목적 달성은 물론이고 비용 대비 효과를 생각하더라도 추출시험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가와바타 장관은 "일제고사가 학력향상으로 이어지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점수만을 올리는 것은 본래 교육 목적과는 다른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부과학성은 일제고사를 표집 방식으로 바꾸면 올해 58억엔(750억원)의 예산을 10억엔 이하로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정부는 1961년 일제고사를 처음 도입했다. 하지만 시험 경쟁이 과열돼 시행 4년만에 표집 방식으로 바꿨다가 2007년 이른바 '유토리 교육' 반성을 명분으로 43년만에 부활해 올해로 3년째 시험을 치렀다.
그러나 전수 방식이 다시 실시되면서 과거와 마찬가지로 학교 성적을 올리기 위해 시험 대비 과외수업을 실시하는 학교가 늘어나는 등 부작용이 속출했다. 특히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학부모는 문부성이 공표를 금지한 학교별 성적을 공개하라고 법정 소송까지 벌이자 일본 교육계에서는 전수 방식의 일제고사에 따른 점수 경쟁 과열을 우려하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13~14일 치러질 국가수준의 학업성취도 평가를 앞두고 학부모ㆍ시민단체와 전국교직원노조 등이 시험 당일 체험학습을 강행키로 하는 등 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교육당국과의 마찰이 현실화할 전망이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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