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에 합병 바람이 다시 불고 있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3월 KT가 KTF를 흡수하면서 시작된 합병 바람이 LG그룹에 이어 SK그룹으로 확대될 조짐이다. SK그룹은 SK텔레콤을 중심으로 SK브로드밴드, SK텔링크 등 유선 통신업체들을 내년 3월 이후 합병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LG그룹도 올해 안에 LG텔레콤, LG데이콤, LG파워콤 등 통신 3사를 합칠 계획이다.
SK의 경우 SK텔레콤이 이동통신, SK브로드밴드가 초고속인터넷과 인터넷전화(VoIP), 인터넷TV(IPTV), SK텔링크가 국제전화와 VoIP 등을 나눠 맡고 있다. 그러나 각 사가 흩어져 사업을 하면 KT와 LG그룹이 합병을 통해 유ㆍ무선 통신을 아우른 결합 상품을 쏟아낼 경우 대응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또 VoIP 등 일부 사업은 중복돼 조정이 필요하다. SK 관계자는 "시장 환경이 변하면 그에 맞는 대응이 필요하다"며 "사업 조정 및 합병 등을 다각도로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SK 내부에서도 합병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며 SK텔레콤을 중심으로 SK브로드밴드와 SK텔링크를 흡수하는 방안이 유력시되고 있다. 현재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 지분 50.5%, 비상장 계열사인 SK텔링크의 지분 약 91%를 갖고 있다.
무엇보다 KT가 다음달부터 집중할 FMC 사업 등 유ㆍ무선 결합상품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합병이 필수라는 지적이다. FMC는 VoIP와 이동통신을 결합한 서비스. 외부에서는 휴대폰으로 사용하고, 사무실이나 집 등 건물 안에 들어오면 무선 인터넷 망에 접속해 VoIP로 통화해 요금이 저렴하다. KT는 한 발 더 나아가 휴대인터넷(와이브로)까지 결합한 FMC 서비스도 준비중이다. KT 관계자는 "FMC 상품은 저렴한 요금때문에 통신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도 SK텔링크가 주축이 돼서 SK텔레콤과 손잡고 기업 대상의 FMC 상품을 내놨으나 적극적인 영업은 하지 않고 있다. FMC가 SK텔링크의 매출 증대에는 도움이 되지만 SK텔레콤의 이동통신 매출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SK텔레콤과 SK텔링크가 한 몸이 되면 이동통신의 매출 감소를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초고속 인터넷 망을 갖고 있는 SK브로드밴드까지 통합해 비용을 줄이고 마케팅을 강화해야 경쟁력이 향상된다는 분석이다.
통신업체들은 향후 FMC를 비롯해 저렴한 요금을 앞세운 결합상품이 통신 시장의 주류가 될 것이라는 점 때문에 합병에 적극적이다. LG그룹도 LG데이콤의 VoIP와 IPTV, LG파워콤의 초고속 인터넷, LG텔레콤의 이동통신을 한데 묶어 결합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여기에 내년부터 합병 법인이 출범하면 FMC 상품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합병을 통해 유ㆍ무선 통신을 모두 제공하게 되면 FMC 뿐만 아니라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처럼 휴대폰을 이용해 IPTV를 시청하는 모바일 IPTV 서비스도 손쉬워진다. SK와 KT, LG 모두 내년 중 모바일 IPTV 서비스 제공 방안을 검토중이다.
따라서 SK 통신 3사도 법인세법 적용 시한인 내년 3월 이후 합병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법인세법은 합병 주체 기업이 합병 등기일 전 2년내 합병 대상 업체의 주식을 갖고 있으면 세금을 내도록 돼 있다.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를 내년 3월 말 이전에 합병하면 법인세법에 따라 2,000억원 이상의 세금을 내야 한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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