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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재활용업체 '금 추출' 현장/ "금 노다지 살아 나온다" 휴대폰 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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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재활용업체 '금 추출' 현장/ "금 노다지 살아 나온다" 휴대폰 광산

입력
2009.10.12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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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인천 남동 공업단지 내 폐기물재활용업체인 ㈜IT그린 앞 마당. 막 도착한 2.4톤 트럭이 경기도 내 곳곳에서 모은 폐 휴대폰 1,000여개를 쏟아냈다. 한 때 하나 하나가 모두 누군가의 소중한 동무였을 휴대폰들이지만, 이제 수명을 다해 짐짝으로 운반되는 폐기물 신세다.

그래도 운 좋게 이곳까지 도착한 휴대폰들은, 헛되이 사라지지는 않을 운명이다. 이곳은 휴대폰이나 컴퓨터에서 금 등을 캐내는 이른바 '도시광산'이다.

휴대폰을 건네 받은 '광부'들이 첫 단계인 분리 작업에 나섰다. 전체 직원 100여명 가운데 이 작업에 25~30명이 투입될 정도로 까다롭고 손이 많이 간다. 휴대폰에 박힌 나사 하나부터 시작해 메인 기판, 배터리, 그리고 여러 장 겹쳐 있는 LCD 박막까지 하나 하나 손으로 뜯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숙련공 1명이 하루 꼬박 일하면 겨우 200개를 분해할 수 있다.

㈜IT그린 박찬일 대표는 "그냥 기계에 넣어 일단 부순 뒤 추출 작업을 해도 되지만 이 경우 재활용률이 40% 정도에 그친다"며 "일일이 손으로 분리하면 재활용률이 90%에 달하기 때문에 수작업을 거친다"고 설명했다. 분리된 메인 기판에서는 금과 구리가, 겉 케이스에서는 은과 플라스틱이, 배터리에서는 코발트가 주로 추출된다.

메모리칩도 눈에 띄었다. 전화번호, 문자메시지 등 개인정보가 담긴 부분이다. 이것 때문에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휴대폰이라도 선뜻 내놓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메모리칩은 따로 모아져 분쇄 과정을 거치고 있었다.

한국전자산업환경협회 관계자는 "요즘엔 휴대폰마다 '초기화 기능'이 있어 기증자들이 아예 기증할 때 각종 정보를 지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또 메모리칩만 따로 빼 정부 관계자가 입회한 상태에서 완전 분쇄하기 때문에 개인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은 '제로'다"라고 설명했다.

휴대폰이 모두 분해되자 메인 기판 등 금이 붙어 있는 부분만 따로 수집해 본격적으로 금을 추출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특수 용액에 30여분 담가 놓은 뒤 가볍게 흔들면서 세척을 하자 점점 노랗게 변한 물이 배어나오기 시작했다.

'금 물'이 나오면 이틀간 침전시킨 뒤 침전 용액을 4~5시간 가량 끓인다. 다시 특수 응고제를 섞어 검은색 작은 덩어리로 만들고, 800도 불에 30분간 굽는다. 불순물을 태우는 정련 작업이다. 다시 1,500도 불꽃에 1시간 가량 달구니 예비 금덩이가 흐물흐물 녹기 시작했다.

녹은 금물을 성형 틀에 넣고 식혔더니 그제서야 비로소 순도 '식스 나인'(Six-Nineㆍ99.9999%)의 노란색 금이 모습을 드러냈다. 모두 28g. 폐 휴대폰 1,000개에서 8돈쭝(시가 약 110만원)의 금이 나왔다. 박 대표는 "작은 금괴(350gㆍ시가 약 1,300만원) 하나에는 휴대폰 2만5,000여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기종 별로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휴대폰에는 금 0.034g, 은 0.2g, 구리 14g, 코발트 27g과 그 외에 플라스틱 및 LCD 등이 함유돼 있다. 최신 휴대폰보다는 상대적으로 본체 크기가 큰 '구식 휴대폰'에 금이 많이 함유돼 있다.

이렇게 추출된 금과 은, 구리, 플라스틱 등은 각종 귀금속으로 다시 태어날 뿐 아니라 안전표지판 등 각종 산업 자재로도 재활용된다. 폐휴대폰 1대를 재활용했을 경우 그 가치는 2,000~2,500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렇게 소중한 휴대폰들은 대다수가 그냥 버려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1,400만대의 휴대폰이 새로 만들어지고, 비슷한 수의 휴대폰이 폐기되는데 지난해 재활용을 위해 회수된 휴대전화는 420만대에 그쳤다.

장롱속에 꼭꼭 숨어있는 '장롱폰'도 전국적으로 840만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업체들의 과열 경쟁 등으로 인해 우리나라 휴대폰의 평균 수명(1.44년)이 세계 평균(2.8년)의 절반에 불과한 것도 폐휴대폰이 양산되는 이유 중 하나다.

다행히 최근 들어 폐휴대폰 재활용이 조금씩 주목을 받고 있다. 경기도는 1일부터 본격적인 폐휴대폰 수집 운동을 시작, 연말까지 모두 50만대를 모아 여기서 추출되는 금(5억원 상당)을 무한 돌봄 사업 등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할 예정이다.

경기도 이영하 자원순환과장은 "생활 속에서 발생하는 폐 자원을 재활용함으로써 더욱 의미 있는 이웃 돕기 활동이 될 것"이라며 "외환 위기 당시 '금 모으기 운동'을 통해 집집마다 잠자고 있었던 금이 세상 밖으로 나와 요긴하게 사용됐던 것처럼 폐휴대폰 모으기 운동도 범 도민 운동으로 확산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폐휴대폰 기증 문의는 경기도청 자원순환과(031-249-4257~8)나 각 시ㆍ군청의 재활용 담당부서로 하면 된다.

강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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